정부가 분당급 신도시 발표를 당초 예정보다 앞당기면서 혼란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장의 혼선을 부추겨온 정부의 태도에는 문제가 적지않았다.
분당급 신도시가 처음 언급된 것은 지난해 10월. 정부는 집값 불안이 극에 달하자 검단 신도시 지정과 파주 신도시 확대 카드를 뽑아들었다. 추병직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분당 규모의 신도시를 내년(2007년) 상반기에 추가 발표하겠다”고 성급하게 말을 꺼냈다.
공급확대의 신호를 보내 집값 안정을 꾀하려는 고육책이었지만 발표를 8개월이나 앞둔 시점에 터져나온 주무장관의 확정적 발언은 이후 시장과 언론의 끝없는 ‘신도시 맞히기’ 경쟁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철저한 보안 유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버블세븐을 대체할 수 있는 곳” “강남권을 대체할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이 틈틈이 이어졌다.
시장의 관심이 지대한 문제에 대해 잊을 만하면 정부가 계속 힌트를 던져주니 보도자제 요청이 통할 리 만무했다. 최근 한 고위 당국자의 “분당급 신도시 2곳을 동시 발표할 것”이라는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혼란은 극에 달했다. 이 와중에 화성 동탄 동쪽이 신도시로 유력하다는 정황과 메시지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결국 첩보전을 방불케 했던 정부의 신도시 발표 프로젝트는 비밀유지에 실패했다. 수많은 눈과 귀가 지켜보는 관심사를 무려 8개월간이나 비밀로 유지하기는 애초부터 무리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