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개혁-경제 양립할 수 없나

한상완<현대경제硏 상무ㆍ경제학 박사>

[시론] 개혁-경제 양립할 수 없나 한상완 한상완 경기가 장기불황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들을 보면 이와 같은 우려가 더더욱 실감이 간다. 재정경제부에서는 한국판 뉴딜정책을 발표하고 금융통화위원회마저도 지난 11일 예상을 뒤엎는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실업과 신용불량에 의한 내수소비 침체는 기업의 투자부진을 야기하고 그 결과로 다시 실업과 신용불량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한 경고는 이미 한참 전부터 있어왔다. 국내외 주요 경제전망기관들은 올 하반기 성장률 둔화를 예견했다. 또한 일본식이나 남미식 복합불황의 가능성을 점치는 보고서도 많이 발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정책의 무게중심을 경기보다는 개혁에 뒀던 것이 사실이다. 검찰을 개혁하고 언론개혁을 추진하고, 또 과거사를 청산하고 있다. 돈 선거를 뿌리 뽑아서 정치개혁을 달성하고 부유층의 상속세를 강화하고 사교육비와 강남의 집값만큼은 꼭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개혁이 바람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비용이 들더라도 잘못된 것은 바로잡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개혁이 반드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는 한국 근대정치 사상 유래가 없을 정도로 돈 안 드는 깨끗한 선거였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ㆍ사회적으로 문제를 야기한 것도 아니다.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 추진한 결과 국가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은 하나도 없이 개혁이 달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들이 개혁은 그만두고 경기부터 살리라고 아우성인가. 정부의 개혁에 대한 방향성과 추진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개혁이란 미래를 향한 방향성과 함께 국민이 정말로 피부로 느끼고 공감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정부는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좌충우돌식으로 사회 전 분야에 대해 섣부르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국민과 기업에 필요 이상의 위기감을 조성하고 경제 마인드를 위축시키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은 개혁 때문에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고 이러한 의구심이 거꾸로 경기침체의 골을 깊어지게 하는 것이다. 지금은 국민의 살림살이가 말이 아닌 상황이다. 일부 대기업이나 수출기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경기침체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 이렇게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그 뜻이 좋다고 하더라도 개혁은 어려워진다. 정부가 경제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진정시켜주는 것은 그 어떤 경기부양정책이나 금리인하보다도 중요하다. 기업의 투자활동에 걸림돌을 제거해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을 정상화시켜 가계자산을 증식시켜야 한다. 개혁은 지속해야 할 과제이지만 겉으로 내세우기보다는 조용히 법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추진하고 또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업과 국민도 정부를 믿어줘야 한다. 마침 정부도 경기침체의 심각성을 깨닫고 국면 전환을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아무리 애를 써도 국민이 믿어주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경제와 개혁은 통상 대립하는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개혁을 위해서는 경제적 희생이 필연적이고 경제적 희생을 감내하기 싫으면 개혁은 물 건너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선택의 논리는 경제철학이며 정치철학은 사뭇 다르다. 국민을 설득해 공감대를 얻어내고 이를 통해 온 국민이 함께하는 개혁을 추진한다면 경제적 희생이 필연적인 것만도 아니다. 양립할 수 없?것처럼 보이는 것을 양립하도록 이끄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정치는 예술이라고 하지 않는가. 입력시간 : 2004-11-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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