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는 과거에도 재계약 때마다 개발사와 갈등
인기 온라인 게임 ‘크로스파이어’의 재계약을 둘러싼 네오위즈게임즈와 스마일게이트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양측은 입장 차가 뚜렷해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온라인 게임에 대한 저작권이 부족한 네오위즈의 구조적 한계가 낳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네오위즈가 스마일게이트를 상대로 제기한 크로스파이어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의 처분 및 이전금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은 온라인 게임의 가입자 정보와 게임 정보를 연동시켜주는 것으로, 이번 판결로 스마일게이트는 당분간 국내에서 네오위즈의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크로스파이어는 이미 지난 7월12일부터 국내 서비스가 중단됐다. 게임을 운영하는 네오위즈와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의 재계약 협상이 결렬되자 네오위즈가 서비스를 전격적으로 중단한 것이다. 독자 운영에 나서겠다는 스마일게이트와 이를 허용할 수 없다는 네오위즈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갈등이 깊어졌다. 국내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세계 최대 온라인 게임대회인 ‘월드사이버게임즈(WCG) 2012’에서도 크로스파이어는 한국 대표 선발전을 치르지 못했다. 크로스파이어의 국내 누적 회원수는 150만명에 이른다.
네오위즈게임즈 관계자는 “이번 가처분 신청은 크로스파이어를 둘러싼 회사 가치와 대외적인 신인도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네오위즈는 크로스파이어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아이템과 디자인 등을 기획하고 개발에 참여한 만큼 전적으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오위즈가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며 스마일게이트를 압박하는 것은 내년 7월 중국시장 재계약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지난 2007년 5월 처음 공개된 크로스파이어는 네오위즈를 통해 전 세계 75개국에 공급되고 있는데 이 중 중국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온라인 게임 1위를 달리고 있다. 게임의 인기를 판단하는 기준인 동시 접속자수는 최근 중국 게임 사상 최고인 350만명을 넘어섰다.
매출에서도 크로스파이어는 네오위즈 전체 매출의 37%를 차지할 정도로 효자 종목이다. 중국 현지 서비스업체인 텐센트의 수익을 빼더라도 네오위즈는 작년에 전체 해외 매출 3,600억원 중 대부분을 크로스파이어를 통해 거뒀다. 누적 매출까지 포함하면 1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매출의 12%를 차지하는 주력 게임인 ‘피파온라인’도 사실상 내년부터는 넥슨에 내줘야 할 처지가 되면서 크로스파이어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쟁이 경쟁업체인 넥슨, 엔씨소프트 등에 비해 게임 저작권이 부족한 네오위즈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자체 개발한 게임이 적은 네오위즈는 신작 게임을 발굴하기 위해 초기에는 개발사와 돈독한 협력 관계를 맺지만 이후 해당 게임이 성공하면 재계약을 놓고 자체 서비스에 나서려는 개발사와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서 네오위즈는 지난 2007년에도 온라인 게임 ‘스페셜포스’의 재계약을 둘러싸고 개발사인 드래곤플라이와 데이터베이스 이전 등을 놓고 다툼을 벌였다.
삼성증권 박재석 연구원은 “네오위즈게임즈가 ‘크로스파이어’를 놓고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와 대립하면서 중국시장 재계약에 대한 불확실성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신규 온라인 게임을 확보하지 못하고 모바일 게임에 대한 대응도 늦어지면서 내년부터는 영업이익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서비스업체인 텐센트는 오는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크로스파이어 리그’ 결승전 행사를 갖고 기자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스마일게이트는 내년부터 네오위즈를 배제하고 텐센트와 직접 재계약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텐센트의 입장에 따라 양사의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