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아리랑방송 정체성 논의돼야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아리랑TV에 대해 (SO에) 행정지도 하도록 검토하겠다."
조창현 방송위원장이 아리랑국제방송의 공익채널 제외 논란에 대한 해법을 내놨다. 조 위원장이 13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리랑방송의 국내 송출기반 확보 방안을 묻는 손봉숙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한 것. 케이블TV 채널을 구성ㆍ송출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게 아리랑방송을 계속 내보내도록 행정지도를 하겠다는 말이다. 주한 외국인과 관광객들에게 우리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아리랑방송이 늦게나마 국내 방송 기반을 확보하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이번 결정은 또 다른 문제를 잉태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리랑방송의 송출보장을 위해 SO에게 행정지도를 하는 것은 그 근거가 부족하다. 공공채널도, 공익채널도 아닌 특정채널을 의무적으로 방송하라는 조치에 쉽게 수긍할 수 있는 사업자가 얼마나 될까. 송출할 수 있는 방송채널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아리랑방송을 내보내게 되면 다른 채널이 빠져야만 한다. 방송위의 공익채널 선정과정 미숙이 SO 사업자들과 다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사태를 올바르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리랑방송의 위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SO에게 행정지도를 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아리랑방송을 공공채널로 지정하거나 공익채널에 합당한 분야를 만드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만 특정채널에 대한 봐주기가 아닌 제대로 된 정부정책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리랑방송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우선 국내거주 외국인이 100만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아리랑방송을 단순히 해외용으로만 치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아리랑방송의 활용방안과 KBS월드와의 통합문제 등 효율성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이번 사태가 아리랑방송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입력시간 : 2007/11/13 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