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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부동산發 부채 쇼크

정구영 부동산부 차장

[동십자각] 부동산發 부채 쇼크 정구영 부동산부 차장 gychung@sed.co.kr 정구영 부동산부 차장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국경제를 위협할 다음 쇼크로 고유가가 아닌 부채(負債)를 지목했다. 특히 가계 부문의 부채는 IT 버블 붕괴 이후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추진된 저금리 정책의 산물로 우리의 경우와 흡사하다. 지난 2001~2003년 부동산 활황기를 ‘무대’로 쓰여진 각종 부동산 재테크 서적들은 은행 대출을 이용한 레버리지(leverage) 효과를 유독 강조한다. 저금리시대에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무조건 저지르는 식의 투자가 유용하다며 바람을 잡고 꼬박꼬박 적금을 들어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사람은 팔불출 취급하기 일쑤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도매금융으로 홍역을 치렀던 금융기관 역시 전당포식 수익이 보장되는 소매금융에 몰려 주택담보 대출 잔액을 급속도로 끌어올렸다. 가계 부문 빚이 사상 최대인 458조원에 달하고 가구당 3,000만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현실은 이 같이 ‘빚 권하는 사회’가 남긴 산물이다. 투기적 가(假)수요를 배제하면 부동산시장은 수급과 실물경기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지금 부동산시장은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실물경기는 장기불황의 터널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경제는 2003년 신용카드 버블 붕괴를 경험한 바 있다. 파국까지 치닫지는 않았지만 400만명에 달하는 신용불량자 양산과 카드사 부실이라는 상처는 여전히 곪은 채로 남아 있다. 특히 신용카드 버블 붕괴의 후유증은 내수경기 회복에 끝없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가계 부문의 부동산 투자를 위한 금융기관 차입 규모는 신용카드 버블 규모보다 최소 4배 이상 많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경우 외환위기에 필적하는 경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황 때는 자산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는 반면 실질소득의 정체 또는 감소로 부채를 줄이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외부 요인으로 인해 인상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면 부동산 투자자들의 수지(收支)는 밑바닥부터 뒤집히게 되고 최악의 경우 파산으로 몰릴 수도 있다. 부동산발(發) 부채 쇼크는 그다지 멀리 있는 얘기가 아니다. 불행하게도 가계 부문의 부채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으며 한국경제 최대의 잠재적 위험요인이 됐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부동산 투자를 위한 주택담보 대출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입력시간 : 2004-09-1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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