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설] 재발돼선 안될 한은 전산망 마비

지난주 금요일 오후에 발생한 한국은행 전산망의 마비사태는 매우 충격적이다. 이 사고가 충격적인 이유는 우선 한국은행 전산망이 수행하고 있는기능의 막중함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원인 규명이 안 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사고는 오후 3시30분께 발생해 8시30분께까지 5시간이나 지속됐고, 자정께 에 가서야 결제업무가 가까스로 마무리됐다고 한다. 한국은행 전산망에는131개 기관이 가입해 하루 평균 4,500여건, 90조~120조원의 각종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고는 경제활동의 중추신경이 마비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같은 전산망이 마비된 것이므로 이런 사고가 날 때마다 지 적되는 일이지만 비상사태의 대비가 소홀한 점이 지적된다. 초기대응이 안 이했는지도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전산망을 껐다가 다시 살리는 비상방법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살릴 수 있는 사고였다면 사소한 결함이 큰 사고로 발전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이날 사고도 업무가 끝나가는 오후에 발생했기에 망정이지 아침부터 발생했더라면 전국적으로 큰 혼란과 피해가 야기될 뻔했다. 모든 금융거래자들 은 이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가운데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사고원인에 대해 한은측은 단말기 관리 프로그램과 중계서버 운영 소프트웨어간의 충돌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설명을 못하고 있다. 이런 사고가 날 때마다 지적되는 일이지만 이번에도 사전 대비나 사고발생 초기의 대응이 소홀했거나 안이하지 않았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한은측은 전산망을 껐다가 다시 살리는 비상방법을 사용해서 전산망을 살렸다고 하는데 컴퓨터가 다운됐을 때 껐다가 켰다는 얘 기처럼 들린다. 그런 식으로 살릴 수 있는 사고였다면 충분히 사전에 대비 할 수 있는 원시적인 사고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한은측은 이 전산망이 전용회선을 사용하고 있어 해킹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장애는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해킹기술이나 악성 바이러스 제작기술이 날로 새로워지고 있고, 해커들은 흔히 국가기간전산망과 같 은 중요도가 큰 전산망을 공격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면밀하게 조사해 완벽한 방비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재발방지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철저하게 원 인규명을 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마침 한은이 지난 1999년부터 가동된 문제의 전산망을 오는 10월에 새로운 시스템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하니 장비교체 과정에서 기술적 미비점이 있다면 완벽하게 보완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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