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국경제 복합불황 덫에 걸리나] 인구·자원부족 한계?… 한국 GDP 순위 5년째 제자리

세계 경제의 위기는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국가에 직격탄을 날린다. 변변한 내수시장이 없는 한국은 수출에 전적으로 성장을 의지하고 있다. 전세계 시장의 수요 곡선에 따라 국가 경제 전체의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발표가 한국경제와 수출기업 전반에 대한 우려로 번진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우리나라가 나라 밖 경기회복에 민감한 것은 극심한 내수부진 탓도 크다. 최근의 내수위축 문제는 딱히 해결방안을 찾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 최근 외환 당국이 내수와 수출의 균형발전을 위해 원화 강세를 어느 정도 허용했지만 수출기업의 부담을 키웠을 뿐 정작 내수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던 것이 단적인 예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4.0%에서 3.8%로 하향조정하면서 가장 큰 이유로 내수를 꼽았다. 지난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민간소비는 극도로 위축돼 2·4분기 경제성장률을 0.7% 안팎까지 끌어내릴 것으로 관측됐고 지지부진한 기업투자는 여전히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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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것은 장기적으로 봐도 한국 경제의 내수회복이 기대난망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내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의 인구성장률은 0.32명으로 일본(-0.20명), 중국(0.26명)을 제외하고 가장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인구성장이 멈추는 2030년(5,216만 명)부터는 인구 수가 쪼그라들면서 생산과 소비가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제규모가 더 이상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것도 이런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은이 올 들어 도입한 새 기준에 따라 한국경제의 세계순위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명목 GDP(미국 달러화 기준)는 1조3,043억달러로 세계 14위였다. 새 기준으로 한국경제의 명목 GDP 순위는 2005년 10위까지 상승했지만 △2006년 11위 △2007년 13위 △2008년 15위로 미끄러진 뒤 2009년부터 14위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한국이 14위에 붙들린 기간 동안 중국은 3위에서 2위, 브라질은 8위에서 7위, 러시아는 12위에서 8위, 인도는 10위에서 11위로 상승했다. 모두 인구와 자원이 풍부한 국가다.

세계 경제 회복속도가 빠르다면 걱정을 덜겠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회복속도에는 좀처럼 탄력이 붙지 않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경제는 여전히 장기성장세가 둔화하는 추세에 머물러 있다. 한은 관계자는 "주요국의 성장세가 둔화된 것은 인구고령화·투자부진·소득불균형 등 위기 이전부터 상존하던 구조적 문제도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경제구조 변화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성장잠재력 강화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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