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경련의 무리수/사회부 최영규 기자(기자의눈)

재계가 지난 1일 전경련 회장단회의에서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정리해고제를 조기에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한 속 뜻은 무엇일까. 대농, 진로, 기아사태로 이어지는 부도유예 쇼크 이후 인수 합병을 비롯한 고용조정 문제가 재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부실기업을 인수, 합병하고 싶어도 노조와의 합의절차가 까다로워 인수 합병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럴까.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는 정리해고제의 법제화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며 현행 근로기준법 제30조(정당한 이유없는 해고의 제한)에 정한대로 정당성이 인정되는 정리해고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점에서 재계가 정리해고 조기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새 노동법에서 정리해고제는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만 명시한 채 오히려 사용자에게 해고회피 노력, 공정한 대상자 선정, 노조대표와의 사전협의 등 요건을 갖추도록 대법원 판례보다 더욱 어렵게 규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계는 노동법개정시 「계속되는 경영악화로 인한 사업의 양도·합병·인수의 경우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가 국회 날치기통과시 「경영악화가 아니더라도 사업의 양도·합병·인수의 필요성이 있을 경우 정리해고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 이 조항을 삭제토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잊었는지 의아스럽다. 여당측과 법조계에서는 정리해고 명문화에 반대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더욱 포괄적으로 정리해고를 인정할 수 있는데 굳이 법제화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재계의 이번 선언이 대선정국을 앞둔 시점에서 노사관계 분란만을 조장할 뿐 아무에게도 득이 안되는 결과가 되지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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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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