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조명재 LG생활건강 사장(월요초대석)

◎“2010년엔 세계적제약사로”/퀴놀론계 항생제 기술 수출계약,제약강국 첫발/7년간 작업… “연구원 팀워크의 개가”/개발 막바지 단계 신약도 10여종이나지난 12일 국내 제약업계에서 놀랄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LG화학이 차세대 퀴놀론계 항생제 제조기술을 개발, 6천억원이 넘는 거액의 로열티를 받고 세계적인 제약 다국적기업인 스미스클라인 비첨사에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것. 이번 계약은 그동안 기술을 수입해 국내시장에 내다 팔기에도 바빴던 우리나라가 신약사업을 독점해온 세계 초일류 기업의 대열에 올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항생제 기술수출은 1백년 동안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했던 우리나라가 제약강국으로 가기 위한 첫 발을 디뎠다는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대담:민병호 산업1부 기자 ○로열티 6천억원 항생제 제조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LG생활건강 조명재 사장(52)은 첫 기술수출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에 대해 그는 『기술개발을 담당했던 연구원들이 흘린 피와 땀의 결과』라며 자신은 이들을 독려한 것이 전부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조사장을 만나 이번 항생제 기술수출이 갖는 의미와 개발에 얽힌 뒷얘기들을 들어보았다. ­먼저 LG가 개발한 퀴놀론계 항생제는 어떤 제품이며, 6천억원이란 거액을 받을 수 있게 된 비법은 무엇인지요. ▲항생제는 퀴놀론계 외에 페니실린계, 세파계 등 3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퀴놀론계는 세균의 유전자(DNA) 합성을 억제하는 항생제로 앞으로 성장잠재력이 큽니다. 이번에 개발된 항생제는 기존 제품과 달리 약효가 뛰어나 하루 한 번 복용으로 충분하고 균의 내성이 거의 없는 등 항생제의 필수요건을 모두 갖추었다는 것이 거액의 기술료를 받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수출은 국내 제약산업 사상 큰 획을 긋는 사업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만. ▲세계 제약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2백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1백년 역사를 맞는 국내 제약산업은 3백50여 업체가 종사하면서도 세계시장의 2%에 불과한 5조원 정도의 시장을 갖고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절반은 드링크류가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기술과 원료를 외국에서 들여와 포장해서 팔아온게 전부입니다. 이번에 개발한 항생제는 물질특허를 획득했을 뿐 아니라 원료의 독점공급권도 갖게 됨으로써 우리나라가 최소한 항생제 분야에서는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쾌거」라 할 만합니다. ­LG화학의 경우 제약사업의 역사도 짧은데 어떻게 항생제개발을 시작하게 됐는지요.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 후발국인 우리나라로서는 아직 기술개발 정도가 낮은 생명공학(Bio Technology)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일차적인 개발목표를 항 감염제와 항암제, 심장순환계 약품을 타깃으로 정하고 연간 8백억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부었습니다. 그야말로 승부를 걸었지요. ­이처럼 어려운 기술을 개발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외국의 경우 신약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10∼15년 동안 1억∼3억달러의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게 보통입니다. 이런 노력을 하고도 개발된 신약이 성공할 확률 1만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이번 항생제 개발은 지난 90년부터 시작해 꼬박 7년이 걸렸습니다. 회사의 바이오텍 연구소안의 생물학, 약학, 유기화학, 독성학 등 전 분야가 동원됐는데 연구원간 팀워크가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이런 다양한 분야를 한 팀으로 엮어내기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304번이나 실험 이 항생제는 화학물질이 갖는 탄소구조를 바꾼 것이 열쇠인데 약효가 높으면서도 내성이 적은 특성을 얻기 위해 구조를 바꾸는 실험을 3백4번이나 거쳤습니다. 제품명을 「LB20304a」라고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지요. ­이렇게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하고도 외국업체에 판매권을 넘겨주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독자적으로 판매하고 싶은 생각은 사장인 제가 누구보다도 많겠지요.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사업경험도 없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판매망과 브랜드도 없는 실정입니다. 세계적인 기업과 제휴해 판매를 대행하도록 하고 마케팅력과 브랜드력을 쌓은 후 점진적으로 독자 판매망을 갖추는 것이 정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계약에서 우리나라와 동남아 지역을 제외시켜 독자판매키로 한 것도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계속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 나간다면 오는 2010년께는 독자적으로 세계시장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합니다. ­이번 제품으로 만족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재 개발중인 신약과 LG화학이 갖고 있는 장기비전을 소개해 주시지요. ▲항암제와 심장순환계 등에서 이미 개발 막바지 단계에 있는 제품들이 10가지가 있습니다만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해 자세한 내용은 밝히기 곤란합니다. 심장순환계 분야의 획기적인 신약은 이미 개발을 마치고 임상실험을 진행중입니다. 조만간 이 신약도 발표할 예정입니다. 신약을 토대로 LG화학은 국내 의약계의 숙원인 신약개발의 조기달성을 이루고, 유전공학제품의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 세계 의약시장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것입니다. ­경영학을 전공하신 비전문인으로 어려운 제약사업의 대표를 맡고 계신게 좀 생소한데. ○농구식 경영 유명 ▲(크게 웃으며) 대표이사가 된 뒤 책을 많이 보았지만 무엇이 제약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아는 것과 경영은 다릅니다. 기술적인 부문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나는 이들이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잘한 셈이지요. 그렇지만 그동안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다고 자부합니다. ­매우 바쁜 하루를 보내고 계실줄 아는데 시간과 사람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보통 상오 8시에 출근해 하오 9∼10시께 퇴근합니다. 이러다 보니 집에서는 빵점 가장이지요. 그저 열심히 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특히 조직관리나 사람관리에 있어서는 경영자라고 해서 무엇이든 앉아서 시키기만 할 것이 아니라 농구주장처럼 직접 현장을 뛰며 지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사장의 유연성과 스피드를 중시하는 이 경영방침은 「농구경영」으로 그룹내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바쁜 대표이사 생활에서도 주말이나 쉬는 시간이 나면 등산과 골프로 체력을 단련한다. 골프핸디는 15. 완벽한 업무처리와 수치에 강하고, 술은 두주불사형이란 평의 조사장은 45년 충북 괴산생으로 서울고, 서울상대를 졸업한 뒤 69년 낙희화학(LG화학 전신)에 입사한 뒤 (주)럭키임원을 거쳐 지난해 부터 LG생활건강 대표를 맡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