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부터 얘기하자면 이 바둑은 장쉬의 어마어마하게 큰 대마가 모조리 잡히는 것으로 끝난다. 하변에서부터 중원으로 뻗어나간 흑대마가 최대한 살찐 상태로 잡히게 되는데 잡힌 시점에서 흑돌의 수효는 39개에 달했다. 그야말로 만방을 패한 것이었다. 장쉬가 자기의 대마를 살릴 기회는 30 차례도 더 있었다. 그러나 그는 대마를 살리고 있다가는 한두 집을 분명히 패한다고 보고 도박을 감행했다가 최악의 순간을 맞이한 것이었다. 비극의 시발점은 흑25였다. 이 수로는 참고도1의 흑1로 슬쩍 물러서는 것이 올바른 행마였으며 그것이면 흑5까지의 진행이 예상된다. 이 코스면 흑이 유망했다. 두번째 흑의 실수는 흑27로 젖힌 수였다.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 이 수지만 이세돌은 책략부족의 수였다고 단언했다. “평소에는 냉정하고 침착하기로 유명한 장쉬가 이 날은 좀 이상했다. 내가 운이 좋았던 모양이다.”(이세돌) 흑27로는 참고도2의 흑1을 활용하고 흑3으로 깨끗하게 살아두는 것이 냉정하고 침착한 길이었다. 이 코스였으면 아직도 흑이 가망성이 있었다. “그렇다고 흑27이 패착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 다음의 처리가 문제였다.”(이세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