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홍콩대학 갑시다

최근 홍콩을 방문한 K교수는 홍콩대학을 가기 위해 택시에 올라타 유창한 보통어(중국 표준어)로 “취 샹강다쉐(홍콩대학 갑시다)”라고 말했다. 이 말에 운전사는 눈만 껌뻑껌뻑. K교수는 다시 영어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역시 운전사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눈치다. 다급해진 K교수가 엉겁결에 우리말로 ‘홍콩대학…’이라고 말하자 택시 운전사는 금세 반색하면서 “아~ 홍콩다이혹”이라고 반복하고는 홍콩대학으로 차를 내달렸다. ‘홍콩대학’의 경우처럼 홍콩 사람들이 쓰는 광둥어와 베이징 사람들의 보통화는 별개의 언어에 가깝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자어로 ‘적시(的是)’라고 쓰는 택시다. 보통화로는 ‘디스’라고 읽는 데 반해 홍콩 사람들은 ‘댁시’라고 읽는다. 홍콩의 외래어 발음이 영어의 원음에 훨씬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명을 보면 더욱 분명하다. 스위스ㆍ스웨덴ㆍ캐나다 등은 각기 한자어로 서사(瑞士)ㆍ서전(瑞典)ㆍ가나다(加拿大)로 쓰고 보통화로는 뤠이스ㆍ뤠이뎬ㆍ자나다로 발음되는데 홍콩말은 스위스ㆍ스웨덴ㆍ가나다로 원래 음에 가깝다. 보통화와 홍콩말의 차이를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홍콩과 중국이 다름을 강조하기 위해서고 이는 홍콩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지 10년을 맞은 시점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반추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지난 97년 7월1일 홍콩은 156년간의 영국 통치를 마감하고 중국에 귀속됐다. 당시 중국인들은 홍콩 반환을 경사로 받아들였지만 일부 서방 언론들은 “이제 홍콩은 죽었다”고 보도했다. 홍콩은 서방 언론의 저주에 마법이 걸린 듯 주권 반환 이튿날인 7월2일 태국의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홍콩 증시가 폭락하고 부동산 시장이 순식간에 붕괴하는 재난을 맞았다. 불황을 모르던 홍콩 경제는 오랫동안 끝 모를 추락의 길을 걸었고 많은 사람들이 홍콩을 떠났다. 이후 한때 회생의 기미를 보이던 홍콩 경제는 2003년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충격으로 다시 한번 주저앉았다. 그러나 중국이 2003년 홍콩과 경제긴밀화협정(CEPA)을 맺어 홍콩에 중국 시장을 활짝 열어주면서 홍콩은 다시 ‘동방의 진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정치문화와 언어의 간극을 못 이겨 홍콩을 떠났던 사람들도 앞다퉈 고향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이 지속되는 한 이 같은 홍콩과 중국의 ‘행복한 결합’은 계속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성장에 제동이 걸린다면 홍콩은 어떻게 될까. 홍콩과 중국은 ‘동질성’과 ‘이질성’을 동전의 앞ㆍ뒷면처럼 지니고 있다. 홍콩의 주권 반환이 동질성의 완성으로 매듭지어질지 이질성의 분출로 벽에 부딪힐지 결론을 내리기에는 지난 10년이라는 세월이 너무 짧게 느껴진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