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이문호 전북대 교수

제주도 전통문 '정낭'·일상적 의류 '재킷' 연구<br>디지털 정보통신분야 새 이론 발견<br>"정낭은 세계 최초 3bit 문"… 뒤집어입는 재킷서 '재킷행렬' 만들기도

새해 첫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이문호 전북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가 소속 연구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전통문(門) '정낭'. 3개의 통나무를 어떻게 걸쳐 놓느냐에 따라 다른 정보를 제공하는 정낭이야말로 세계 최초의 '3bit' 방식이라고 이 교수는 주장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처럼 문에 대한 원리를 연구, 디지털 정보통신 분야의 핵심 이론을 설계하는 데 응용하고 있다.

이문호(64) 전북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는 제주도 시골의 이색적인 대문형태인 '정낭(사진 참조)'을 세계 최초의 '3bit' 문이라는 설명한다. 3∼4개의 통나무(정주목)를 통해 집안에 사람이 있는가 없는가를 외부에 알렸던 정낭에서 이 교수는 '예스(yes)'와 '노(no)', 혹은 '온(on)'과 '오프(off)' 원리를 발견했다. 정낭은 통나무가 한 개만 걸쳐져 있으면 주인이 잠깐 외출한 것으로, 두 개면 좀 긴 시간 외출을, 세 개 모두 걸쳐져 있을 경우 종일 출타 중임을 나타낸다. 3개의 통나무 원리로 주민들 간 통신체계가 구축됐던 것. 따라서 그의 과학적 상상력으로 보면 수 백년의 전통을 이어온 제주도의 정낭은 세계 최초의 디지털 무선통신 시스템이었다. 새해 첫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수상한 이문호 교수는 이처럼 '문(門)'에 대한 무한한 과학적 호기심으로 세계적 발견에 성공한 사례다. 문을 연구하기 위해 '마음의 문'까지 함께 열면서 가능했단다. 이 교수는 "기능적으로 보면 문(門)은 숫돌쩌귀(凸)와 암돌쩌귀(凹)의 접합체"라며 "주소가 틀리면 우편배달부가 집을 찾지 못하고, 열쇠를 잃어버리면 문을 열지 못하는 만큼 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소와 열쇠(key)"라고 문에 대한 호기심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는 축구 골대로 생각을 확장시켰다. 11명의 선수들은 상대방 골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쏟는다. 그 문은 '폭(대역폭ㆍBandwidth)'의 일정한 특징을 갖는다. 선수들은 팀웍을 이루려고 패스와 공격 그리고 방어에 대한 훈련을 통해 호흡을 맞춘다. 여기서 호흡을 맞춘다는 것은 통신용어로 '동기(Synchronization)'를 맞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한정된 축구 골대는 대역폭(Bandwidth)채널이 되고, 볼을 골대에 넣으려는 것은 '신호(Signal)', 그리고 볼을 골대에 못 넣게 막는 골키퍼는 '잡음(Noise)'이 되는 셈입니다." 그의 기발한 연상작용을 통해 축구의 골문은 어느새 정보통신에서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문(gate)'임을 강조하는 도구가 됐다. 문은 곧 일살생활에서 흔히 입는 '점퍼'로 연결됐다. "점퍼(jacketㆍ이하 재킷) 역시 문과 같은 숫돌쩌귀(凸)와 암돌쩌귀(凹)의 접합체입니다. 재킷은 어쩌다 뒤집어 입어도 되는 훌륭한 양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가 20년 이상 연구에 매달려 온 '재킷 행렬' 역시 문과 동일한 원리를 가진 재킷에서 출발했단다. 이 교수는 "간편하게 뒤집어 입는 재킷처럼 수학의 행렬(Matrices)에서도 편리하게 뒤집을 수 있는 역행렬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재킷 행렬의 특징은 아주 단순합니다. 1893년 프랑스 수학자 아다마르가 발견한 아다마르 행열은 행렬원소가 실수(±1)로 돼 있지만 우리가 발견한 재킷 행렬은 기존 행렬을 그대로 가지면서도 복소수(±j)까지 확장할 수 있게 됩니다." 2000년 마침내 이 교수는 아다마르 행렬 원소 자체에 역수(inverse)를 구해 '재킷 행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의 새 행렬은 뱀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처럼 원형으로 쉽게 회전하고 신호처리를 위한 직교설계(Orthogonal Design), 암부호에도 유용하다. 정보통신 분야의 신호처리에 적용할 경우 무한한 확장성이 추가돼, 예컨대 휴대폰 단말기 크기를 크게 줄이면서도 성능은 더 개선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현재까지 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아다마르 행렬의 신호처리 방식에 비해 사용자(user) 간 간섭을 크게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2000년 이론 정립 후 Jacket 행렬을 적용해 이동통신 분야의 첨단기술인 가변확산부호 및 다중입출력기술(MIMO), 저밀도 코드(Low Density Code) 등을 개발하는 데 좋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일부 기술의 경우 현대자동차ㆍSK텔레컴ㆍ삼성 등 국내 주요 기업들에 기술이전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우수한 확장ㆍ응용성은 아직도 재킷 행렬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 더욱 무궁무진해질 것"이라며 "새해에도 조만간 좋은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