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메가톤급 위기' 한국 덮친다
'더블트랩' 위험 한국경제 위협한다돈 풀어도 시중 안도는 '유동성 함정' 심화몰려오는 단기자금 유출 땐 '돈의 공백' 우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우리 경제상황이 더블트랩(Double-Trapㆍ이중함정)에 빠질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 당장 대내적으로 돈을 아무리 풀어도 생산ㆍ소비현장에서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의 골이 경기침체와 함께 더욱 깊어지고 있다. 동시에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QE3.5)와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유동성 방출 등과 맞물려 외국 자금이 몰려오지만 미국 재정절벽이 현실화할 경우 순식간에 핫머니(단기성 자금)가 빠져나가면서 우리 금융시장이 '돈의 공백'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연구소장은 "유동성 함정과 핫머니 유출이라는 더블트랩이 현실화할 경우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며 "자금시장 경색에 대비한 사전준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시중금리가 속락함에도 시중자금의 경색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회사채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지난 10월까지 기업들이 발행한 일반회사채 50조6,520억원 가운데 대기업 물량은 99.9%인 50조5,891억원에 달한 반면 중소기업은 629억원을 발행하는 데 그쳤다. 중기 발행물량은 지난해보다 90.5%나 감소했다.
특히 웅진사태 이후 우량 회사채를 제외하면 기업 자금조달이 사실상 막혔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14일 "(회사채 활성화를 위한) 본원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흐름 때문이다. 저금리임에도 '생산ㆍ투자 감소→소비 추가 감소→저성장'이라는 '유동성 함정'의 우려가 짙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왜곡은 더해가고 있다. 3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0.1%(잠정치)에 불과한데도 코스피지수는 2,000포인트를 넘어섰다. 바로 외국인 자금이 만들어낸 비틀림 현상이다. 외국인 주식비중은 13일 기준 33.95%로 2008년 금융위기 후 가장 높다. 미국이 QE3에 이어 추가 양적완화를 발표한 직후인 13일에만도 외국인은 5,348억원의 주식을 쓸어 담았다. 채권도 무더기로 사들이며 채권보유액은 11월 말 기준 88조9,000억원으로 비중이 6.9%에 달한다.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자 원ㆍ달러 환율은 13일 1,073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상당 부분이 단기성이라는 점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0월 말 기준으로 단기성 외국인 자금은 이미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들 자금은 유럽이나 미국 상황이 다시 어려워지면 일시에 이탈해 시장을 흔들 수 있다. 송민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등의 부양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재정절벽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의 충격은 상당히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