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공부문 개혁 잇달아 무산] 노조입장 대폭수용… 국민만 ‘골탕’

공공부문 개혁의 후퇴는 곧 국가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최근 철도 민영화 철회 등의 과정에서 노동계의 목소리가 주로 반영됨에 따라 민간부문의 자율적인 노사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대중 정부 때부터 추진돼온 공공부문 개혁이 원점으로 되돌아 갈 경우 대외적인 신뢰도도 크게 떨어져 외국인투자 유치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지적된다. 이미 지난 5년간 공기업 민영화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만큼 민영화 후퇴는 바로 정부 정책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참여정부가 주장하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바로 개방화ㆍ민영화ㆍ자율화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철도 민영화 철회, 두산중공업 노사문제 등에서 알 수 있듯 정부 정책은 `기업하기 나쁜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민간부문에는 개혁 요구, 공공부문에 대해서는 침묵=지난 `국민의 정부`는 IMF 외환위기극복을 위해 기업ㆍ금융ㆍ공공ㆍ노동부문의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공공 및 노동부문 개혁은 가장 미진한 것으로 평가됐다. 장승우 전 기획예산처 장관조차 지난 2월 “개혁 성과가 공공부문에 정착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참여정부는 지난 2월말 출범과 함께 출자총액제한제도 강화,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다른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등 대기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민간부문에 대한 강한 개혁의지를 불태우는 것과는 달리 공공부문의 개혁은 아예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미 철도 민영화는 철도시설 및 운영을 분리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8일 한전 민영화를 아예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최근 남동발전 경영권 매각 입찰이 무산된 것은 민영화에 대한 현 정부의 거부감이 입찰 참여업체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지적될 정도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민간부문뿐 아니라 공공부문도 개혁에 나서야 진정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공공부문 개혁을 백지화할 경우 경제활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공공부문 개혁무산은 노동계의 발언권 강화로 연결=최근 민영화가 백지화된 철도나 한국전력의 경우 정부가 노동계의 주장을 수용한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철도노조의 경우 파업을 철회하는 대신 인력충원, 해고자 복직 등 요구조건을 대부분 관철했다. 더욱이 철도가 당초 계획된 민영화가 아니라 철도 시설 및 운영을 분리하기로 한 것도 노조의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전력의 민영화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전은 남동발전 등 5개 발전자회사의 민영화를 추진중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로 한전 민영화는 상당 기간 표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한전 민영화를 위해 여러 차례 공청회나 세미나를 가졌지만 민영화 원칙에 반대한 것은 주로 노조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조의 요구대로 민영화가 백지화될 경우 노동계의 목소리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노조의 힘에 휘둘려 일련의 민영화 방침이 철회됨에 따라 앞으로 민간기업의 노사문제에서도 노동계의 요구가 그대로 관철되지 않을 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민영화 철회는 곧 국가경쟁력 약화 초래=한전, 철도 등 주요 공기업의 민영화가 철회될 경우 곧 부담은 국민들이 떠맡아야 한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공기업 민영화눈 경영효율을 높여 공공서비스를 보다 싼 값에 공급하기 위한 것”“철도가 매년 6,000억~7,000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민영화가 철회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영화 철회는 대외적인 신뢰도 저하를 가져와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P투신운용의 K사장은 “지난 21일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물이 쏟아진 것은 북핵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철도파업 타결로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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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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