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술따르기 권유 성희롱 아니다"

대법 "객관적으로 성적 굴욕감 느껴야 성립"

회식자리에서 상대방에게 술을 따르도록 한 발언이 객관적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한 것이 아니라면 ‘성희롱’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5일 대법원에 따르면 한 초등학교의 김모(55) 교감은 2002년 9월 교사 전체회식에서 교장이 따라준 술잔을 비우지 않는 여교사들에게 “잔 비우고 교장 선생님께 한 잔씩 따라 드리라”며 2차례 강요했다. 그러나 최모 교사는 김씨의 강요에 성적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꼈다며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에 진정했고, 여성부는 김씨 행위를 성희롱으로 보고 시정조치를 권고했다. 김씨는 성희롱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국가인권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이에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김씨의 발언은 ‘성희롱’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상대방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가 아닌 이상 자신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성희롱이 성립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김씨가 성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우리 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는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반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여성단체 등은 사법부가 성폭력에 관한 잘못된 통념을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자기 책무를 방기한 채, 오히려 성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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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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