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대표적 논객인 공병호(孔柄淏) 전경련 부설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1일 캐나다 밴쿠버 몽페를랭 소사이어티 주최 회의에서 『재벌은 한국 특유의 환경에 적응한 결과물일 뿐이며 재벌체제의 옳고 그름은 아직 판단할 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전경련도 오는 8일 열릴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의 공청회 결과를 지켜본 후 9일 회장단 회의에서 대처방안을 논의하고 이달 중순께 재계차원의 공청회를 열어 정부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질 계획이다. 전경련은 특히 미국 GM이나 GE의 사외이사를 초청, 미국의 사외이사 운영실태를 발표하도록 해 사외이사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 기업지배구조개선위 모범규준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孔소장은 이날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단체인 몽페를랭 소사이어티에서 「재벌, 그 신화와 현실」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재벌은 특혜의 산물이 아니라 그동안 규제의 대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신규제,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 상호출자나 상호지급보증 금지,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 등을 예로 들었다. 독과점에 대해서도 『재벌들 순위는 늘 불안정하다』며 『재벌들간에 얼마나 경쟁이 치열했느냐』고 반문했다.
孔소장은 『모든 다각화는 관련업종으로 다각화하는 것』이라며 문어발식 다각화는 없다고 주장했고 높은 부채비율은 『주식시장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경제·산업화 초기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또 중복 과잉투자는 『기존 업자에게나 과잉이고 중복일 뿐이며 그들보다 싸고 질좋은 제품을 공급해 시장을 장악하면 된다』며 합리화했고 『가족지배구조나 소유와 경영의 미분리도 비난하지 마라. 똑똑한 전문경영인보다는 무능한 지배주주의 경영이 더 효율적이다』고 강변했다.
그는 회계자료의 불투명성에 대해서도 『관료들은 자신의 비리가 드러날까봐 기업경영이 투명해지는 것을 원치않았고 세법이 제멋대로였기 때문에 기업들은 있는대로 드러나면 언제 어떤 일을 당할지 알기 어려웠던 상황』이라고 변명했다.
한편 전경련은 사외이사 의무비율 폐지 및 사외이사 비율 50% 이상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사외이사 자격요건 완화, 감사위원회 권한제한 등을 내용으로 한 자체적인 기업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 정부안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경련은 특히 미국기업들의 실태를 정확히 알려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가 무엇인지 확실히 하자는 입장이다.
손동영기자SON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