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의 원산지는 인도다. 하지만 한국, 중국, 일본과 이란, 필리핀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여 부소산성의 백제 군창지(軍倉址)에서 녹두가 출토된 것으로 보아 3,000년 전 청동기시대부터 재배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는 녹두에 관련한 민요가 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 밭에 앉지 마라, 녹두 꽃이 떨어지면 청포 장수 울고 간다’. 동학민중항쟁 때 전라도 고부 출신의 전봉준 장군의 키가 작아서 별명이 ‘녹두 장군’이었다고 한다. 민중운동으로 일어난 동학항쟁에 지도자를 염려하는 은유의 민요라고 생각된다.
녹두는 쓰이는 곳이 많다. 인절미와 시루떡의 떡고물, 빈대떡을 만드는데 쓰이며 싹을 띄워 채소로 기르면 숙주나물이 된다. 녹두의 전분으로 만든 묵을 청포(淸泡)라고 하며 청포에 채소와 육류를 섞어 기름에 무친 것을 탕평채라 한다. 또한 녹두로 화면(花麵), 창면(蒼麵), 수면(水麵) 등 면으로 색다른 먹거리를 만들기도 하며 해열음식, 병후, 입맛을 돋구는 별미음식으로 녹두죽을 끓여 먹는다. 녹두는 해독ㆍ해열작용을 하며 피부병 치료에 쓰이기도 한다. 예부터 창포와 더불어 녹두가루를 풀어서 머리를 감는 청결제로 사용돼왔다.
이런 효능 덕분에 녹두는 화장품 원료로도 많이 쓰인다. 예부터 녹두를 피부병 치료제나 세발용도로 사용해왔다. 이런 사실에 근거해 녹두를 소재로 강원대학교 약학연구실과 모 회사의 연구진이 오랫동안 연구해 항(抗)산화제인 비텍신(Vitexin)과 이소비텍신(Isovitexin)을 찾아냈다. 이 물질이 유해산소를 제거해 피부의 노화를 방지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해 한국과 미국, 일본 등에 특허를 등록했다. 이 성분은 화장품에 응용돼 상품화돼 인기를 끌었다. 농산물인 녹두가 화장품 원료로 쓰여져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수입원료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 업계에서 국산 소재를 중심으로 원료개발 연구가 몇몇 메이커에서 성공하고 있다. 이제는 상품생산에 앞서 소재개발에 투자해 상품과 원료가 함께 세계시장에 도전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기업과 정부, 연구기관이 신토불이 소재개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