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APEC정상회담 성과와 실천과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불참으로 맥빠진 회의가 될 뻔했는데도 이만한 내용에 합의한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다만 APEC의 창설목적인 무역자유화를 둘러싼 회원국들의 반발이 끝내 수습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그러나 무역자유화 문제가 그렇게 시급한 현안은 아닌 만큼 세계무역기구(WTO)로 넘겨 논의하면 본래의 개방일정이 다소 늦어지기는 해도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야 무역자유화도 제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이 역내 경제회복과 금융위기해소에 가장 우선 순위를 둔 것은 평가 할만하다. 역내국가들의 총제적 노력을 재확인하면서 특히 선진국들의 책임있는 역할이 강조된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짚은 것으로 본다. 정상선언문에는 미국 일본 중국 등 경제대국들의 책임있는 역할을 명시했다. 이미 미국은 금리를 추가 인하했고 일본은 사상최대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으며 중국은 위안화를 절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또 미국과 일본은 아시아국가들에 총 100억달러를 지원하고 중국은 55억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발표, 이번 회담이 말잔치가 아니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이같은 책임있는 역할이 경제위기국가들의 강도높은 자구노력과 맞물리면 아시아 경제위기 해소는 훨씬 쉬워질 것이다. 여기에다 투기자본의 이동을 감시하기 위한 지침 및 행동계획을 마련하기로 합의하고 최근 물의를 빚고있는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의 관행에 제동을 걸기로 한 것도 아시아 금융안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알맹이 있는 내용이다. 아시아 경제위기 해결을 위한 이같은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은 흐뭇한 일이다. 이들 대책이 우리 경제 회복에 순풍의 돛을 달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돋보이는 정상외교능력이 우리의 대외신인도를 높여 외자유치에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이 더 큰 수확일지도 모른다. 金대통령이 제안한 내년의 서울 투자박람회 개최, 중소기업 활성화, 지식 및 관광산업 활성화 등은 우리 경제 회복에 곧바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이다. 따라서 실행을 위한 우리의 주도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정부는 정상외교의 성과가 실제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준비에 착수해야한다. APEC은 구속력있는 집행기관이 아닌 협의기관에 불과하다.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되려면 우리의 앞으로의 외교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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