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잇단 자살로 경쟁 위주의 대학 운영에 대한 비판을 받아온 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내년 3월 자진 사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 총장은 17일 서울시 종로구 서머셋 팰리스 호텔에서 "내년 3월 정기이사회를 끝으로 임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사퇴시기를 3월로 정한 것은 일년에 두 번(3월ㆍ12월) 있는 정기 이사회가 열리는 때라는 점과 새 학기가 시작하는 시기를 고려한 것이다. 또 이사회가 합의 내용을 이행하는 데는 최소 3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교수들의 의견에 따랐다고 서 총장은 설명했다.
이어 "오명 KAIST 이사장과 7월20일 임시 이사회 이전 공동 합의문을 만들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오 이사장은 총장 공동 인선, 학내 문화 개선 등 합의 내용을 이사회에 공개하고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총장은 내년 1월 중으로 이사회에 후임 총장 선임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이사회를 열어달라고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KAIST 1학년 학생회장 김승현군은 "학생들이 바라는 것은 고액 기부나 높은 대학 순위가 아니라 민주적인 의사결정"이라며 "이 기자회견 어디에도 학생을 위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KAIST 학부 총학생회도 16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열고 다음 이사회에서 서남표 총장의 퇴진이 결정되지 않을 경우 총장실 점거를 하기로 결정했다.
KAIST 이사회는 25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후임 총장 인선 작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 총장은 2006년 첫 취임 이후 교수의 정년보장 심사 강화, 학부 모든 과목의 100% 영어강의, 성적부진 학생에게 장학금 미지급과 차등등록금 부과 등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10년 연임 이후 지난해만 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올해 4월에도 한 학생이 기숙사에서 투신 자살을 하면서 독선적인 리더십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