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빵때림을 선선히 내주다

제6보(73~84)



박영훈은 흑73을 얼른 두지 못했다. 무려 12분을 망설였다. "쌍방이 무난히 수습되고 나면 흑은 덤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뭔가 능동적인 구상이 필요한 장면입니다."(목진석) 상식적인 수라면 참고도1의 흑1로 차단하는 것인데 지금의 시점에서 그 차단의 효과가 과연 어느 정도나 있을까. 자칫하다가는 그저 공배를 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는 데에 흑의 고민이 있다. 게다가 백이 교묘하게 좌변쪽에서 선수를 뽑아 하변의 흑을 공격하는 수순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흑으로서는 문제가 심각하다. "그렇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목진석) 목진석은 참고도1의 백2 이하 백16(13은 8의 자리)을 사이버오로 생중계 사이트에 올렸다. 이 코스는 흑이 매우 겁난다. 박영훈은 차단을 보류하고 실전보의 흑73으로 자체 안정을 서둘렀는데…. 박영훈이 기대한 것은 참고도2의 백1이었다. 이것이라면 흑이 일단 선수를 뽑게 된다. 우하귀쪽은 당장 받지 않아도 되므로 좌변 백대마를 차단공격하는 데 손을 돌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세돌은 박영훈의 주문을 정면으로 거부해버렸다. 실전보의 백74로 막고 흑 2점을 잡는 길을 택한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흑83까지는 필연이다. 평상시라면 이 절충은 빵때림을 얻어낸 흑의 만족으로 통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특별하다. 선수가 금쪽같이 귀중한 순간인 것이다. 백이 하변에서 선수를 뽑아 74에 선착하는 순간 좌변의 흑대마가 위험하게 된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이세돌은 빵때림을 선선히 내주고 선수를 휘어잡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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