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고] 안전이 우선되는 사회를

아마 우리나라 단체장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면 대체로 권한과 돈을 들것이다. 물론 안전도 환경도 권한과 예산이 있어야 하는 것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생각하는데 차이가 있다. 단체장이나 지도층이 먼저 안전을 생각하는 것이 우리와 다르다.그러니 계속해서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다. 똑같은 곳에서 교통사고는 반복되고, 비행기는 계속 떨어진다. 똑같은 화재가 반복되고, 작년에 물난리났던 곳에선 올해도 물난리다. 사고가 나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항구적 대책을 세우고 시스템을 바꾸는 일은 하지 않고, 피해자 보상하고 책임자 한두명 찾아내어 처벌하고 끝이다. 현재와 같은 상태라면 돈과 권한을 아무리 주어도 사고는 계속 날 수 밖에 없다. 작년 우기를 앞두고 관내 하수관을 일제히 조사해보니 하수관을 뚫고 도시가스관·상수도관·통신케이블이 가로질러 지나간 곳이 무려 29개소나 발견되어 일일이 제거하고 바로 잡은 일이 있다. 이쯤되면 아무리 돈들여 하수도관로를 깔아도 소용없다. 땅속에 있다고 이런 식으로 공사를 하니 도시 어느 구석에서 안전한 곳을 찾을 수 있겠는가. 2차 구조조정을 한다고 대안을 내라고 하니까 각 자치단체들이 안전관리 부서를 우선 통폐합하려고들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을,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것쯤으로 인식하고 있으니 「사고 공화국」이란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다. 안전은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 씨랜드 참사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은 평소 일반의 안전의식과 안전관리 행정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경기 북부지방의 수해도 천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비록 천재라고 해도 최선을 다하는 평소의 자세와 노력이 중요하다. 대통령 직속의 안전관리 기구를 두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각 부처와 자치단체에 안전관리 총괄부서를 두고 각급 학교 교과목에도 넣어 어릴적부터 안전의 생활화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지금부터 서두르면 10년 뒤쯤 되어야만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똑같은 사고가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안전의 생활화가 아니라 사고의 생활화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회에서는 사람이 재해를 입게 마련이다. 이제 우리도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자.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 金 聖 順 송파구청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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