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타고 1950년대 증시로 돌아간다고 치자. 어디에 투자할까. 답은 건국채(建國債). 증시 전체 거래금액의 90%를 차지하던 종목이다. 주식 비중이 5~10%에 머물던 시절, 건국채는 투자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건국채가 선보인 것은 1950년 2월23일. 대한민국 최초의 국채였지만 팔기 어려웠다. 발행조건(2년 거치, 2년 상환, 금리 연 5%) 탓이다. 정기예금(3.8%)보다는 높지만 연 50%선인 물가상승률을 훨씬 밑도는 수익률에 그치는 국채 판매를 위해 도입한 게 강제할당제.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장기주택채권 등을 의무적으로 매입했던 ‘첨가 소화’ 방식도 이때 등장했다. 발행시장과 달리 유통시장에서는 인기를 끌었다. 헐값 물량이 많았기 때문. 강제로 떠안은 사람들이 액면가의 10~20%로 판 건국채를 사면 70~80%의 수익률을 거뜬히 올렸다. 건국채로 7년간 재산을 27배로 불린 사채업자도 있다. 건설사들도 건국채를 반겼다. 정부 입찰공사 보증금으로 건국채 납부를 인정해주는 제도에 따라 자연스레 거리의 매매시장이 형성되고 시세를 조종하려는 작전세력도 생겨났다. 1958년 1월, 국회가 건국채 발행 중단을 결의했다가 번복하는 통에 한나절 매매가 진폭이 200%에 달하고 파산자가 속출했던 ‘국채파동’에서도 작전세력은 대혼란에 기름을 부었다. 국채파동은 건국채의 마지막 불꽃이었다. 투자 대상 부족이 파동을 낳았다는 반성과 경제개발 본격화로 1962년부터는 주식 비중이 채권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건국채는 1963년 발행이 종료됐지만 아직도 보상 가능하다는 사람들이 있다. 건국채로 접근하는 사람은 100% 사기꾼으로 봐도 무방하다. 상환은 1975년에 끝났다. 타임머신을 타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