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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가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았던 글로벌 사모펀드 업계가 최근 개미투자자들의 주머니에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투자자의 기반을 넓혀 더 많은 자금을 끌어모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 리스크가 높고 정보 불확실성이 큰 사모펀드에 개인 투자자들이 쉽사리 접근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차입형 기업인수(LBO) 전문 사모기업인 미국의 콜버그크라비츠로버츠(KKR)는 최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최소 1만달러(약1,029만원)의 자금만 있으면 투자가 가능한 LBO식 사모펀드(PEF)를 출시하겠다는 내용의 투자보고서를 제출했다. SEC의 승인이 날 경우 소액투자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첫번째 LBO 사모펀드가 탄생하게 된다. LBO란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 등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인수합병(M&A) 방식의 하나다.
지난 1940년 시행된 미국의 투자회사법(ICA)에 따르면 사모펀드에는 500만달러(약 51억5,000만원) 이상의 투자금을 가진 개인이나 2,500만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들만 투자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번에 나올 KKR의 상품은 이 같은 법적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제3의 회사'를 통한 우회투자 방식을 선택했다. 또 실거주 부동산을 제외한 순자산 100만달러 이상을 보유한 개인에게만 투자를 허용했다.
KKR의 라이벌 회사인 칼라일그룹 역시 지난해 최소 투자금액을 5만달러로 낮춘 사모펀드를 출시해 개인 투자자금 유치에 나서는 등 글로벌 사모 업계의 영역은 최근 개미투자자들에게까지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모펀드들은 비싼 수수료에 비해 저조한 수익률을 올리면서 자금유치에 곤란을 겪어왔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대규모 공모펀드나 연금펀드에 의존하던 KKR이나 칼라일그룹 등이 최근 더 많은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개인들을 끌어모으고 있다"며 "새로운 자금원을 발굴하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모펀드는 LBO 방식 등 레버리지(차입)를 주로 활용해 투자수익 극대화를 꾀하는 만큼 투자 리스크가 높다.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그룹 회장은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사모펀드 등의 대안투자는 보통 주식시장보다 10%포인트 정도의 추가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또 공모펀드와 달리 운용방식이나 투자 대상에 대한 정보제공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 불확실성도 그만큼 높다. 개인들의 사모펀드 투자가 엄격히 제한되고 기관들이 전체 투자액의 20~25%를 대안투자 자산으로 운용하는 반면 개인 보유율은 2% 정도에 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사모펀드 업계의 시장개방으로 개인들이 좀 더 폭넓은 투자기회를 얻는 동시에 투자피해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