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의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8월 셋째 주 서울 전세시장 주간 변동률이 0.20%를 기록해 2년 만의 최대치였던 둘째 주 상승폭(0.13%)을 경신했다. 휴가철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전세수요가 더욱 늘어나 수급 불균형 심화와 가격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세입자들의 고통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전국적으로 11개 단지의 모델하우스가 개관해 가을 분양시장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9월에만 전국에서 총 3만6,742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정부도 28일 취득세 영구인하 방안 등을 담은 '전월세 안정대책'을 발표할 계획이어서 9월 이후 주택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휴가 시즌이 끝나고 가을 분양시장이 열리면서 하반기 주택시장이 어떤 흐름을 보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집값 약세, 전셋값 강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취득세 영구인하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규제완화 입법 조치가 이뤄질 경우 침체된 주택시장이 반전의 모멘텀을 찾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취득세 영구인하율ㆍ인하시기 확정 때까지 거래위축 지속=26일 부동산 전문가 5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을 물은 결과 거래위축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전셋값 상승과 생애최초주택 구입 지원 등에 힘입어 가을 이사철에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소형주택 거래가 일정 부분 형성되겠지만 거래증가는 제한적"이라고 관측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실장은 "거래량이 감소세를 이어가다 취득세 영구인하가 확정되고 양도세 감면 조치가 종료되는 연말께 다소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집값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 약보합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지방 주택시장의 가격상승 변동률도 크게 둔화되고 있어 8월 이후에는 지방도 약세가 예상된다"며 "거시경제나 부동산정책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셋값 강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정부의 전세대출 지원 등으로 주택구매 수요가 더욱 위축돼 전셋값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함 센터장도 "하반기는 새 아파트 입주가 10만가구 정도로 줄어드는 등 신규 전세매물이 적고 월세 전환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전셋값 상승폭은 더 커진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추석 이후에는 전셋값 상승폭이 둔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수급 불균형이 금방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가을 전세 시즌이 빨리 시작됐기 때문에 추석을 전후해 상승폭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재건축ㆍ보금자리ㆍ신도시 분양물량 몰린 강남권 유망=전셋값 강세가 지속되면서 일부 수요자들의 신규 분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하반기 분양시장은 호조를 띨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분양가와 입지에 따라 청약 성적이 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함 센터장은 "청약가점제 축소 조치와 6억원 이하 신축 주택 양도세 감면 등으로 신규 분양시장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어 분양시장을 통한 교체수요가 늘어날 수 있으나 저렴한 분양가와 뛰어난 인프라 위주의 청약수요만 유지되는 등 양극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도 "교통여건 등 입지와 분양가의 적정성, 아파트 규모에 따른 양극화가 여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별로는 재건축과 보금자리ㆍ위례신도시 등이 위치한 서울 강남권에 청약수요가 몰릴 것으로 관측됐다. 김 실장은 "재건축 일반분양 물량과 도심 인근 그린벨트 해제 지역 내 신규 주택 등 입지 면에서 우위에 있는 서울 강남권이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정부 대책에 달렸다=전문가들은 국내외 경기침체와 가계부채 문제 등 거시적인 침체요인이 개선되지 않으면 주택시장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하면서도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단기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올 경우 거래 활성화와 전월세시장 안정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 전문위원은 "전월세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취득세 영구인하와 주택구입자금 지원이 확대되면 주택거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연구위원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규제완화 조치의 입법처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