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불법도박 온상 된 페이스북

사행성 게임 1,000여종 넘고 청소년도 접속 가능하지만 국내법으론 제재수단 없어<br>웹보드 게임 규제서도 제외


#. 회사원 황영돈(38)씨는 최근 신용카드 명세서를 받아 보고 깜짝 놀랐다. 틈틈이 즐기던 페이스북 포커게임의 결제액이 지난달에만 100만원을 훌쩍 넘은 것이다. 하지만 황씨는 좀처럼 페이스북 게임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게임 자체의 중독성 못지 않게 게임머니를 쉽게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어 실제 카지노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만 1,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한 페이스북이 불법 도박의 온상이 되고 있다.


3일 서울경제신문이 인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제공되는 사행성 게임을 조사한 결과 500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행성 게임인 '포커'를 검색하면 200여종에 달하고 '슬롯머신' 방식의 게임도 100종이 넘는다. 게임명을 위장한 게임까지 포함하면 페이스북의 전체 사행성 게임은 1,000여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의 사행성 게임은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앱센터를 통해 제공된다. 지난해 6월 출시 당시만 해도 앱센터에는 페이스북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단순한 퍼즐게임이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올 들어 포커, 카지노, 슬롯머신 등 사행성 게임이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임인 '징가 포커'는 누적 가입자가 5,0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법으로는 페이스북 내 사행성 게임을 제재할 방법이 없어 불법 도박을 양산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페이스북은 국내 이용자의 가입 연령을 만 14세로 제한하고 있지만 나이를 인증하는 별도 수단이 없어 생년월일 조작만으로 누구나 쉽게 가입이 가능하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고스톱, 포커, 장기 등 웹보드 게임에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이 적용되는 것과 달리 페이스북에서는 누구나 쉽게 사행성 게임을 접속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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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한도와 게임 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내 웹보드 게임은 법률에 따라 매월 30만원, 연간 360만원의 이용한도 제한을 받지만 페이스북 게임은 매일 250달러, 연간 1억원 규모의 한도를 자체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마저도 페이스북의 권고사항에 불과해 개별 게임사들이 규정을 어기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판돈을 거는 배팅 방식에서도 웹보드 게임은 전액을 한꺼번에 거는 이른바 '풀베팅'을 금지하고 있지만 페이스북 게임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결제 방식도 불법 도박을 부추기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웹보드 게임은 신용카드로 별도 포인트를 결제한 뒤 이를 다시 게임머니로 바꾸는 간접충전 방식을 채택하고 1회 구매한도도 1~3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 게임은 신용카드에서 바로 게임머니 전환이 가능할뿐더러 한도 제한도 없다. 최근에는 국내 페이스북 게임 이용자가 늘어나자 문화상품권, 해피머니상품권 등 국내 상품권으로 결제가 가능한 게임들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국내 웹보드 게임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해외업체라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를 두고 국내 게임업체가 역차별을 받는 것은 물론 기존 웹보드 게임 이용자들이 대거 페이스북 게임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5월에는 페이스북에 불법 온라인 도박장을 개설한 혐의로 국내 거주 외국인 여성 29명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김성곤 한국게임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사행성이 있는 게임은 청소년 접속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한도를 정해 과몰입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해외업체들이 정부 규제의 울타리를 벗어나면서 국내 게임 업계가 역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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