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부품소재 산업 국산화 장기 관점서 접근해야

조립가공에 편중된 산업구조 탈피<br>이제라도 체질개선·경쟁력 강화를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세계시장을 선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면에는 슬픈 현실이 숨겨져 있다. 반도체 핵심소재인 규사(모래)를 원료로 하는 실리콘웨이퍼를 전량 일본에서 수입한다는 사실이다. 만일 세계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신에츠화학 등 일본업체들이 재료를 공급하지 않는다면 우리 반도체산업은 순식간에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수도 있다. 반도체뿐 아니다. 정보기술(IT)과 화학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국내 산업들이 이처럼 핵심부품소재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불완전한 일류’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이 3,000억달러를 넘어섰지만 대일 무역적자의 경우 254억달러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일본에 더욱 종속되는 기이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국산화 기반으로 한 부품소재산업 육성을=부품소재산업의 국산화율은 세계 산업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척도이며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수단이다. 산업구조 측면에서 볼 때 제조업의 완제품은 부품소재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기업과 국가들이 앞다퉈 이 분야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김병기 한국기계연구원 본부장은 “부품소재기술의 국산화는 우리나라 산업이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처럼 재주는 한국이 넘고 돈은 일본이 챙기는 꼴이 지속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품소재산업의 국산화를 촉진하는 것이 진정한 세계 일류로 거듭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들어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의 견제에 중국과 브라질 등 후발국의 도전이 만만치 않아 우리 경제는 ‘샌드위치’ 상태에 놓여 있다. 김창훈 부품소재산업진흥원 본부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품소재산업의 국산화를 높이기 위해 기존 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부품소재의 경우 5년 과제로, 미래시장 선점을 위한 부품소재는 10년 과제로 나눠 지속적으로 국산화를 추진하는 것이 세계시장의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조립가공에 편중된 산업구조 ‘탈피’해야=정부는 그 동안 대기업 중심의 수출에 주력하며 조립산업 위주의 성장전략에 치중해왔다. 이로써 완제품 수출이 늘어날수록 부품소재 수입이 증가하는 수입유발형 산업구조가 고착됐다. 지난 2003년의 금속 및 화학소재 수입규모는 각각 132억달러와 103억달러. 90년과 비교하면 각각 274%, 192%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자본재 무역이 계속 적자를 기록해 산업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자부품의 경우 휴대폰은 원가 비중이 가장 높은 메모리를 비롯해 주요 부품의 국산화율이 최대 95%에 달한다. 디스플레이도 2004년 65%에 비해 지난해 80%까지 증가했다. 핵심 부품소재의 국산화 비중이 늘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때 국산화율 개선은 아직 ‘2%’가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휴대폰의 경우 통신용 베이스밴드 칩은 퀄컴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RF부품이나 커넥터 등도 90% 이상 일본에 기대고 있다. LCD TV도 드라이버 칩이, PDP TV는 파워모듈이 수입 의존도가 각각 90%, 70%에 이를 정도로 국산화율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김광진 요업연구원 본부장은 “지난 30여년간 정부가 급속한 경제발전만 생각하며 조립산업에 치중, 부품소재강국과 비교해 10년 이상의 기술격차가 벌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제라도 불균형적 산업구조의 체질개선을 통해 국산화에 기반을 둔 부품소재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국가 경쟁력은 더욱 취약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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