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은 성장률 전망 대폭 하향] 앞으로 9개월 성장 정체기… 내년에도 3% 장담 못한다

대외 악재 속 내수 부진… 분기 성장률 1% 하회<br>불황형 추세 반영… 경상 흑자는 대폭 상향… 물가 전망치도 낮춰

김중수(왼쪽)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10월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기에 앞서 참석한 금통위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호재기자




한국은행은 11일 내놓은 '2012~2013년 경제전망'에서 우리 경제성장률이 내년 상반기까지 매분기 1%를 밑도는 성장 정체기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발 재정위기라는 대외 여건 악화와 가계부채, 부동산 경기 부진 등에 따른 대내 여건 악화가 겹치면서 성장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고수하던 한은이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 현실에 무릎을 꿇었다"며 "그만큼 우리나라 경제 여건이 안 좋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나 한은의 현 전망도 낙관적일 수 있으며 자칫 내년 성장률이 3% 아래로 내려앉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수 전망 일제히 하향=우리 경제의 능력을 볼 때 잠재성장률(3% 후반 추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분기 1%(전기 대비)의 성장세를 유지해야 한다. 정부가 분기별 1% 성장을 사실상의 정책 목표로 삼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은 이런 목표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 올해 하반기 2.2%, 내년 상반기 2.6%라는 성장률을 매분기 성장률로 환산하면 0.6%에 불과하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질적으로 성장이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한은이 시사한 것이다. 한은은 다만 내년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3.7%로 높아지면서 '상저하고' 현상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체의 진원지는 내수다. 한은은 내수를 구성하는 민간소비ㆍ건설투자ㆍ설비투자 증가율의 올해 전망치를 7월 전망 당시보다 대폭 낮췄다.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에 따른 소비위축, 경기불확실성으로 인한 투자 감소 등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관련기사



다만 경상수지 흑자폭은 기존 전망보다 크게 상향 조정했다. 이른바 '불황형 흑자'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거시경제부장은 "내수와 수출이 지속적으로 위축되겠지만 그나마 내수보다는 상대적으로 수출 쪽이 덜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내년 3% 성장 장담 못해=한은의 이번 경제전망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향후 성장경로에서 유로 사용 지역 재정위기 장기화, 미국 재정절벽 등 하방리스크가 우세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대목이다. 비록 7월 3.8%로 제시했던 내년도 성장전망치를 이번에 3.2%로 대폭 낮췄지만 이마저 달성이 가능할지 미지수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 또 내년 성장률을 올해 성장률보다 높게 제시한 것은 통계상 착시(기저효과)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경제전문가는 "한은은 내년 내수 증가율이 올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지만 이는 기저효과 탓이 크다"며 "실질적으로는 내년에도 내수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내수와 수출의 성장기여도 변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은은 올해 수출과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엇비슷하겠으나 내년에는 수출 기여도가 내수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부진에 따른 수출의존도 확대'를 인정한 것이다.

물가전망치를 낮춘 것도 경기부진의 영향이 크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부진에 따른 수요 압력 완화 등으로 물가 오름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편 한은은 지금까지 12월에 발표하던 경제전망 수치를 다음해 1월에 발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경제전망 공표 시점이 기존 4월, 7월, 10월, 12월에서 1월, 4월, 7월, 10월로 변경된다.

김능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