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공들였던 전시가 성사돼 기쁩니다. 한국의 자연과 정서가 담겨있는 조각이 예술의 중심 파리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지요." 80년대 '목신(木神)' 연작으로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던 조각가 심문섭(65)이 24일부터 6월 30일까지 프랑스 문화부의 초대로 파리에 있는 팔레 루아얄 공원에서 전시를 한다. 70년대 후반부터 점차적으로 사라지는 운명에 놓였던 한옥의 서까래를 뜯어내 작품으로 승화시켰던 그가 이번에는 미술의 본고장에서 물고기 잡는 어망, 작은 물고기 모형 등을 나무에 걸쳐 놓는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내 고향 통영의 푸른 바다색과 파도 소리를 배에 가득 실어 팔레 루아얄 공원의 중앙 분수에 닻을 내렸다"라며 "미술관 조명 보다 야외 정원에 어울리는 환경친화적인 작품이라고 프랑스 문화부측도 반겼다"고 말했다. 17세기 중반에 건설된 팔레 루아얄은 원래 궁정의 뜰이었으나 17세기 말 시민들을 위한 도심 속 휴식처가 됐으며 프랑스 문화부가 주관하는 유명 작가들의 전시가 이어지고 곳. 현재 옵트아트의 창시자 조지 리키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에서 전시를 하는 것이 이제 특별히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팔레 루아얄에서 한국 작가가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프랑스 무숑 갤러리와 작업을 함께 하고 있는 그는 90년대 프랑스와 미국 전시를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나무ㆍ쇠ㆍ돌ㆍ물 등 자연 속에서 찾은 소재가 동서양의 공통적인 심성을 건드린 것"이라며 "한옥에서 뜯어낸 나무로 조각을 만든 목신은 사라질 수 밖에 없었던 운명에 처한 나무에 영원한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점이 좋은 반응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87년 시카고 국제아트엑스포에 선보인 그의 목신 연작은 80%가 전부 판매될 정도로 인기였다. 95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에 백남준 등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초대, '호랑이 꼬리(Tiger's Tail)'라는 작품으로 세계 미술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10여년 이상 국내에서 개인전을 열지 않았던 그는 오는 10월 갤러리 현대에서 '물방울 작가' 김창열 화백과 전시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