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승인을 반대해온 이탈리아가 '조건부 승인'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서 한ㆍEU FTA의 정식 서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U 특별이사회(통상장관회의)는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ㆍEU FTA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데 이탈리아 측 조건의 수용 여부에 따라 이사회 승인이 이뤄질 경우 양측은 언제든지 협정문에 '정식 서명'할 수 있게 된다.
지난 9일 주(駐)EU 이탈리아 대표부의 페르디난도 넬리 페로치 대사는 "FTA 반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현재 우리는 사실상 고립된 상태"라며 "한ㆍEU FTA의 발효(잠정발효)를 '장기간 연기'하는 조건으로 승인 반대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그동안 피아트 등 자국의 자동차 업체에 피해가 간다는 이유로 한ㆍEU FTA 협정 승인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해왔지만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유럽의회도 "저관세를 적용 받는 한국산의 수입이 급증할 경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도입할 수 있다"며 광범위한 찬성 의사를 표하고 있다.
이날 익명을 요구한 한 이사회 관계자도 "오늘 협상에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해 10일 이사회에서 한ㆍEU FTA가 승인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기타 회원국들은 협정 발효를 늦추자는 이탈리아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같은 조건을 받아들이더라도 장기간 늦출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EU 이사회 일정에 맞춰 브뤼셀에서 카럴 드 휘흐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통상장관회담을 갖는다. 특별외교이사회가 한·EU FTA를 승인하면 김 본부장은 휘흐트 집행위원과 한·EU FTA 정식서명 일정 등에 대해 협의하게 된다. 양측 모두 올해 안에 FTA를 발효시키자는 입장이어서 조만간 정식서명이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한ㆍEU FTA는 이사회 승인 뒤 정식서명 단계를 거쳐 양측 의회의 비준절차를 밟은 뒤 '잠정 발효'된다. 우리 정부는 오는 12월1일 잠정 발효될 것으로 내다보고 FTA 국내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상전문가는 "다음주 중에 서명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연내 발효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ㆍEU FTA가 체결될 경우 이는 EU 27개국이 아시아 국가와 맺은 첫 번째 FTA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