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농그룹 해체의 교훈(사설)

재계순위 34위의 대농그룹이 사실상 해체됐다. 채권금융기관 대표자회의는 대농그룹의 4개 부도유예기업 가운데 미도파를 제외하고 (주)대농은 법정관리, 대농중공업과 메트로프로덕트는 제3자 매각방식으로 정리키로 방침을 확정했다.이에 따라 대농그룹은 창립 43년만에 21개 계열사 가운데 미도파 한개업체만 남고 모두 사라지는 비운을 맞게 됐다. 모기업인 (주)대농마저 떨어져나감으로써 「대농」이라는 이름도 잃게 된 것이다. 기업으로서나 국민경제로 보나 가슴 아픈 일이다. 이번 대농그룹의 정리는 부도유예협약 적용대상 기업으로서는 첫 케이스다. 「부도유예협약적용­소생 불가판정­법정관리­제3자 인수」라는 부실기업 정리의 새로운 모델이 설정된 셈이다. 그러나 이 새 모델에서 보듯 부도유예협약 적용은 부도를 시간적으로만 유예해주었을 뿐 기업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기업을 살리기 위한 제도라면 기업의 숨통을 터주는 개선책이 필요하다. 다음달 부도유예협약 적용 기간이 만료되는 기아그룹의 처리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관심거리다. 대농그룹은 지난 55년 박용학 현 명예회장이 세운 비교적 유서있는 기업이다. 그동안 수 차례의 위기도 있었으나 이를 극복, 그룹으로서 자리매김했다. 이번 좌초의 원인은 주력업종인 면방과 유통업체의 침체, 그리고 무리한 사업다각화에 따른 재무구조의 악화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올초 미도파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신동방그룹과의 인수·합병(M&A)싸움이 결정타가 됐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무려 1천2백억원이나 쏟아부은 것이 자금압박을 가중시킨 것이다. 문어발식 경영에 대한 경종이며 빚 많은 기업은 쓰러진다는 평범한 교훈을 일깨워준 또 하나의 실례다. 그러나 이번 대농그룹의 해체는 단순히 한 그룹의 침몰만으로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대농은 한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섬유업체로서 「수출한국」에 큰 기여를 했다. 박명예회장은 지난 80년대 한일경제협력위원회 한국측 회장을 오랫동안 역임한 바 있으며 90년대초에는 무역협회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우리나라 수출의 견인차역을 맡아 힘쓴 공로는 평가돼야 한다. 그룹해체의 책임이 어디에 있든지간에 우리 재계의 상징성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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