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위앤화 10% 절상 요구를 일축했다. 이에 따라 미ㆍ중 양국은 앞으로 위앤화 절상시기와 폭을 놓고 더욱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측이 제시한 ‘6개월내 환율 10% 절상’ 카드는 중국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 단계적 인상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외부 압력 굴복 안한다= 위앤화 절상문제를 둘러싸고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다. 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국의 스케줄에 따라 ‘천천히 진행하겠다’는 것.
줘 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25일 관영 잡지인 중국증권저널을 통해 “어떻게 위앤화와 관련된 조치(news)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절상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비현실적인 것이며 천천히 진행(slow process)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콩촨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24일 최근 미국이 비공식 외교특사를 통해 위앤화 10% 절상을 요구했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 “많은 미국인들이 이러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은 외부 압력이 아무리 심하더라도 내부 환경이 성숙할 때까지 절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언론들도 외국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환율 변화가 미국 무역적자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하는 등 내부 결속을 다지는 분위기다. 신화통신ㆍ인민일보 등은 24일 “위앤화 절상이 미국 무역적자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문델의 주장을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 효과있는 수준으로 절상돼야= 미국은 위앤화 절상문제가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란 믿음이 강하다. 그것도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미국경제에 확실하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6개월내에 위앤화를 절상하지 않을 경우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한데 이어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을 중국에 비공식 특사로 최소 10% 이상의 절상 요구를 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반발이나 위앤화 절상효과에 관계없이 미국의 압박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의 윌리엄 페섹 주니어 컬럼니스트는 “부시행정부가 위앤화 절상 압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시아에서 신뢰가 떨어지는 존 스노 재무장관을 교체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전문가들 3~5% 단계적 절상 전망= 전문가들도 미국의 ‘6개월내 10% 절상’요구에 대해서는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위앤화가 달러화에 비해 30% 가량 평가절하돼 있다고 하더라도 한꺼번에 10% 이상을 올릴 경우 중국이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밍 차이나 인터내셔널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비록 지금이 환율 정책에 변화를 줄 적기이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10%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분석했다. 그는 “환율제도를 급속히 완화하는 것은 (중국경제에)너무 위험하며 따라서 중국은 처음에 5% 절상을 한 후 통화바스켓제도를 실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줘 쟈오레이 갤럭시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환율문제는 이제 경제문제가 아닌 정치문제가 돼 버렸다”며 “중국의 정책결정이 합의에 기초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상폭은 3~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앞으로 ‘빨리ㆍ많이’를 요구하는 미국과 ‘천천히ㆍ적게’ 변화하려는 중국의 힘겨루기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