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들의 채권발행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통합 신한은행 출범과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예정) 등 시중은행들의 대형화 추세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은행들이 시장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대출 등 외형을 확대하는데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 1ㆍ4분기에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이 10조원이 늘었고 가계대출 역시 5조1,000억원(주택담보대출 2조1,000억원 포함)이 증가하는 등 은행들의 여신규모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1ㆍ4분기 중 국내 은행들은 만기가 돌아와서 상환을 해야 하는 채권금액보다 월 평균 3조원 정도를 더 발행한 데 이어, 4월에는 4조원을 웃도는 순발행을 기록하는 등 은행들의 채권발행 규모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월평균 만기규모가 5조원 수준인데 반해 오는 5월과 6월 만기도래액이 각각 6조3,000억원, 7조5,000억원으로 늘어나는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은행들의 대규모 채권발행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외환은행 및 LG카드 매각과 관련한 인수ㆍ합병(M&A) 자금수요까지 더해질 경우 은행채의 공급물량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은행채는 지난 1ㆍ4분기에 대규모 발행에도 불구하고 금리 메리트에 따른 캐리 수요 등으로 발행 즉시 소화되며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지만, 투자기관들의 잔여 투자한도(수요)가 줄어들고 있어서 수급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은행채에 대한 수요는 줄고 공급물량이 점차 확대되면서 최근 시장에서도 이미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초과공급 신호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만기가 3년인 은행채(AAA)의 경우 무위험채권인 국채 대비 신용스프레드가 4월 중순 이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는 은행채 시장이 초과공급상태로 진입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은행채에 대한 투자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수급 이외의 펀더멘털 차원에서 살펴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가계대출 및 중소기업대출의 연체율은 각각 1.2%와 1.8%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아직은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화강세 및 고유가로 인한 기업들의 실적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대출의 영업규모 증가율(3.9%)이 총자산 증가율(2.2%)을 웃돌고 있는 점과 최근 ‘버블세븐’으로 대표되는 일부 지역의 부동산 거품 논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칫 자산건전성 악화로 인한 펀더멘털 훼손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과거 신용카드 사태를 돌이켜볼 때 최근 여신규모 증가로 인해 자산부실화가 희석되며 연체율이 안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착시현상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 비우호적인 영업환경과 수급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은 신용스프레드 확대를 통해 투자자에게 경고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