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 진출에 이어 다음은 인도입니다.” 내달 10일 현대미술의 중심 미 뉴욕 첼시가에 화랑 개관을 앞두고 있는 김창일(사진ㆍ56) 아라리오 갤러리 대표는 지난 2005년부터 시작한 아라리오 글로벌 전략의 로드맵을 이같이 밝혔다.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 등에 거점을 두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작가들을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내년에는 인도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수보드 굽타와 공동으로 뭄바이에 한국 레스토랑을 겸한 갤러리를 설립할 계획이다. 아리라오 갤러리 뉴욕은 첼시의 대표 화랑으로 꼽히는 페이스(PACE) 갤러리 등에 버금갈 만큼 전시공간(650㎡)이 넓다. 개관전을 중국작가 그룹전으로 준비한 배경을 묻자 그는 “현대 미술계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갤러리가 돼야 한다”며 “우선 중국 컨템포러리 아트로 접근하는 것이 첼시에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국 작가를 등한시 한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그는 2002년 갤러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전속작가 제도를 활성화했다. 현재 한국ㆍ중국ㆍ싱가포르 등 아시아 작가 30여명이 전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는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을 대표했던 조각가 이형구 씨도 포함돼 있다. 그는 “성장 가능성이 큰 작가를 선정, 작품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한다”며 “세계 무대에 이들을 알리는 작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속 작가들의 해외 전시를 기획해 작가의 가치를 세계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것. 그의 이 같은 행보는 컬렉터로 쌓아온 영향력이 큰 힘이 됐다. 그의 수장고에는 450만 달러로 평가되는 시그마 폴케의 2002년작 ‘서양에서 가장 빠른 총(The Fastest Gun in the West)’을 비롯해 우리 작가의 소박한 졸업 작품까지 3,000여점이 넘는 애장품이 빼곡하다. 천안 야우리 백화점, 멀티플렉스 극장 등 유통업으로 매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사업가이기도 한 김대표는 “사업은 현실이고 예술은 평생 이뤄야 할 이상이자 꿈”이라며 “80년 초 해외에서 처음 작품을 사면서 동양인으로 느꼈던 문화적 열등감은 세계적인 컬렉터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고, 이제 그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씨킴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전속작가를 위해 마련한 제주도 작업실 한 귀퉁이에서 그는 짬이 나는 대로 대형 파스텔 그림과 조각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을 쏟아내고 있다. 올 4월에는 대규모 개인전도 했다. 30여년 간 쌓아온 미술에 대한 열정으로 이제 그는 세계적인 명사가 됐다. 2005년부터 2년간 독일 시사전문지 ‘모노폴’이 선정한 ‘세계 컬렉터 100인’에 들었으며, 올해는 영국 미술전문지 ‘아트리뷰’가 발표하는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에 포함됐다.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김대표가 유일하다. 아트리뷰 발표 이후 월스트리트저널로부터 ‘르네상스인’이라는 평을 얻은 그는 “인생의 비전이자 원동력이 됐던 미술에 대한 새로운 꿈을 계속 꿀 것”이라며 “좋은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로 뉴욕에서도 당당하게 경쟁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