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상품 어떻게 만들어지나

"금융환경·고객수요 최우선 반영"<br>서베이 거쳐 상품 성격·금리 정하고 홍보…판매실적 점검후 상품성 판단<br>개발상품 절반이상 '퇴출' 주력상품은 10%도 안돼…"수익 직결" 기획부터 심혈

국민은행 수신부 상품개발팀이 상품개발 아이디어를 의논하고 있다.

국민은행 수신부 상품개발팀이 상품개발 아이디어를 의논하고 있다.

국민은행 수신부 상품개발팀이 상품개발 아이디어를 의논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본점 7층 수신부에서는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이날 처음 판매에 들어간 ‘직장인우대종합통장’이 하루만에 무려 3,600계좌가 몰려들어 12억원의 자금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이 상품은 지난 19일까지 6영업일동안 2만7,698계좌에 210억원 어치가 판매돼 상품 출시 초기에 대박을 알렸다. 0.2%라는 초저금리의 요구불예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판매실적이었다. 은행의 돈벌이는 금융상품 성공여부에 달려 있다. 최근들어 고객 세분화전략이 금융권의 마케팅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금융상품 다품종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금융상품 성공여부에 달렸다. 그러면 금융상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오게 되는 것인가. 모든 상품은 ▦사전조사 ▦상품개발 ▦홍보판매 ▦사후관리의 4단계를 거쳐서 시장으로 나오게 된다. 국민은행이 보유한 금융상품은 총 734개. 이 중 일선 영업점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327개다. 절반이 넘는 나머지 407개는 개발과 동시에 사장됐다. 사장률 55.4%. 판매중인 상품 가운데 주력 상품은 53개. 금융상품으로 태어나 이름값을 하는 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상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기획단계부터 상품이 성장하고 시장이 성숙될 때까지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유기열 국민은행 수신부 과장은 7년동안 수신 부문에서만 노하우를 쌓은 금융상품 설계전문가다. 이번 직장인우대종합통장도 지난 3개월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 유 과장은 “금융상품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은 금융환경 등의 변화와 고객 니즈(needs)를 반영해 이뤄진다”면서 “직장인우대통장은 금융통합법으로 증권사가 계좌이체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에 대응해 이뤄진 상품이었다”고 말했다. 유 과장은 “표면금리 3%를 주는 증권사 어음관리계좌(CMA)에 대응해 요구불예금인 이 상품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전자금융수수료 면제와 획기적인 금리우대, 카드 연회비 면제 등 신세대가 좋아할 수 있는 마일리지와 부가 서비스를 대폭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비결을 밝혔다. 새로운 금융상품 출시의 출발점은 고객과 내부고객으로 불리는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인터넷과 인트라넷에서 얻는 이들의 불만사항이나 건의사항은 치밀한 조사를 거쳐 상품화 작업을 거친다. 접수된 건의 사항은 핵심그룹인터뷰(FGI)와 시장조사(U&A서베이)와 각종 설문조사를 거쳐 상품성이 있는 지를 1차로 판단한다. 직장인우대통장 개발과정에서는 2번의 FGI와 2번의 서베이가 이뤄졌다. 개발이 결정되면 다음단계로 적법성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을 거친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관련 법규나 회계처리, 세법상의 문제가 있거나 금융감독당국의 약관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이 과정에는 전산그룹과 회계팀, 마케팅팀, 상품팀 등 주요 관련 부서가 함께 참여한다. 2단계에서는 본격적인 상품 개발이다. 상품팀에서는 가장 중요한 상품의 가격(금리, 이율 등)과 상품명(네이밍), 시장리스크, 상품 컨셉의 적법성 여부를 검토한다. 상품명을 정하는 네이밍은 상품 특징을 알릴 수 있는 20여개의 후보군을 가지고 500~1,000명에 달하는 고객에게 1차 선호도를 조사한 후 지역과 타깃 등 상품 판매 고객을 대상으로 재조사를 거쳐서 엄선된다. 이와함께 일선 창구에서 상품 판매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전산시스템 개발과 상품 매뉴얼 작성, 콜센터 연계 방안, 제휴업체 선정, 인터넷을 통한 판매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다뤄진다. 상품의 골격이 갖춰지면 은행 내에 독립된 ‘상품위원회’의 깐깐한 심의를 거친다. 이 자리에서는 상품의 컨셉이 적정한지와 시장성은 있는지, 법규를 위반하는지 등 각종 위험(리스크)에 대한 점검이 이뤄진다. 상품위원회를 통과한 상품은 금융감독원의 약관보고를 거쳐 곧바로 판매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상품개발 과정을 거친후 가장 중요한 단계가 남아있다. 바로 홍보다. 각종 안내장은 물론 포스터, 각종 프로모션을 다양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번 직장인우대통장을 위해 준비된 이벤트는 ‘칵테일파티’. 직장 초년병이 타깃인 만큼 이들 가운데 100명을 초청해 댄싱과 마술쇼 관람 등을 포함한 파티를 열 계획이다. 홍보 다음 단계에서는 판매목표를 정하고 이를 위한 각종 프로모션이 전개된다. 마지막 단계는 사후관리. 상품이 목표한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는지와 인터넷이나 주요 영업점 판매가 어느 비율로 이뤄지는지 등이 면밀하게 검토된다. 이 과정에서 상품성이 없다는 판단이 내리지는 상품은 수명을 다해 퇴출된다. 금융상품도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일생’을 거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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