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도 개성이 필요합니다. 넥타이만 해도 무늬와 색상ㆍ스타일이 다양한데 아파트라고 언제까지 천편일률적이야 하고 공급자 위주의 시장에 안주해야 합니까. 아파트에 개성을 살리는 것은 이제 아무리 힘들더라도 결코 외면할 수 없습니다.” 김인상(60ㆍ사진) 벽산건설 사장이 돼지띠 경영인으로 황금돼지 해인 올해 아파트의 개성시대를 선언하고 ‘소비자 맞춤형 아파트’ 공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2005년 3월 취임하자마자 벽산아파트의 브랜드 ‘블루밍’을 도입하고 아파트 건설에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설계 ‘셀프 디자인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김 사장은 “품질 경쟁력에 자신있는 벽산아파트를 대변할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판단, 건설업계의 아파트 브랜드 경쟁이 한창인 때 블루밍을 선보였다. 하지만 블루밍 브랜드는 짧은 시간에 소비자들에게 다가서는 데 성공해 지난해 갤럽 조사결과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가 각각 9ㆍ10위를 기록했다. ‘나만의 공간창출’ ‘백년을 내다보는 아파트’를 슬로건으로 내건 셀프 디자인 프로젝트도 아파트 분양단지의 모델하우스를 통해 구체적인 적용사례가 알려지면서 분양단지의 계약률이 높아지는 등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벽산건설은 셀프 디자인 프로젝트 적용 아파트가 올해 말부터 입주하게 되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셀프 디자인 프로젝트는 소비자가 세대 구성원 수의 변화 등에 맞춰 편리한 아파트 평면과 선호하는 인테리어 스타일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벽체를 자유롭게 이동ㆍ변경, 공간활용도를 높이는 시스템이다. 김 사장은 “셀프 디자인 프로젝트는 리모델링이 용이한 아파트를 짓는 것으로 정부가 최근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면서 적극 장려하고 있다”며 “가변형 벽체뿐만 아니라 정보통신 인프라, 아파트 내 커뮤니티 공간, 에너지 절감 시스템 등으로 프로젝트 대상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벽산건설이 오는 2010년 매출 2조원, 업계 10위권 건설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 달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 8,000억원에 수주총액 2조3,000억원으로 시공능력 24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매출 1조원 돌파와 함께 매년 30% 이상 성장, 3년 뒤 매출을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주택사업의 경영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도시ㆍ혁신도시ㆍ영종도개발 등 복합개발과 해외사업 부문의 신수종(新樹種)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는 등 수익기반을 다변화할 것”이라며 “특히 토목공사를 비롯한 사회간접자본(SOC)사업과 민간자본유치사업(BTL)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벽산건설은 이 같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주택사업과 비주택사업의 비중을 매출기준으로 현재 7대3에서 5대5로 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주택사업에도 역량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5월 경기 안성시 공도읍에 1,421가구를 비롯해 올해 7곳에서 4,879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파주 운정 신도시나 일산 식사구역 공급물량이 빠져 있다. 벽산건설은 올해 말이나 내년 운정 신도시에 단일 건설사로는 최대 규모인 3곳, 3,114가구를 공급하고 일산 식사구역에서 2,735가구를 분양, 일산ㆍ파주 일대에 대단위 ‘벽산타운’ 건설을 추진한다. 또 전문적인 노하우가 필요한 재개발사업의 선두주자로서 80ㆍ90년대 서울 봉천동ㆍ미아리ㆍ상계동ㆍ시흥동 등에서의 경험을 살려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국내 부동산 경기침체와 건설업체간 과열 경쟁을 피하기 위한 돌파구로서 한동안 뜸했던 해외사업도 강화하기로 했다. 1월15일 괌에서 120여가구로 구성된 타운하우스 및 단독주택 형태의 단지조성 공사를 착공한 데 이어 현지에서 추가 사업을 검토 중이다. 또 베트남 호찌민에서도 현지 법인을 통해 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 사장은 “기업이 정부정책 등 외부환경에 역행하기는 힘들다”며 “어려운 여건에서도 반드시 틈새시장이 있게 마련인 만큼 시장을 철저히 분석하고 전략을 잘 짜 기회를 찾겠다”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벽산건설은 58년 11월 한국스레트공업으로 창립, 91년 3월 현재의 벽산건설로 상호를 변경한 뒤 외환위기 때인 98년 8월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2002년 10월 워크아웃에서 조기졸업하고 2004년 4월 채권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는 주식 51%를 다시 인수해 독자경영체계를 갖췄다. 그러나 장하성펀드의 벽산건설 지분 5.4% 인수 및 벽산건설 지배구조 개선 요구,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조사, 인수합병(M&A)설 등으로 최근 2년간 어려움도 적지않았다. 김 사장은 이에 대해 “이 같은 어려움을 호사다마(好事多魔)라 생각해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로 삼겠다”며 “특히 장하성펀드와는 능동적인 자세로 대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신중한 결정·강한 추진력 돋보여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인 김인상 사장은 매사 정중동(靜中動)의 자세를 잃지 않는다. 일처리가 조용하고 원만하면서도 빈틈이 없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역동적이다. 모든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신중하고 일단 결정하고 나면 강력한 추진력을 보인다는 뜻이다. 김 사장은 "건설업의 경우 개인기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며 팀워크를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부드러운 리더십'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그가 기업에서 오랜 기간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이며 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단련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는 엔지니어로서는 보기 드물게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감사반에 근무하면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분신이나 다름없었던 고(故) 소병해 비서실장의 신중한 처신을 배웠다. 또 당시 30여개 삼성그룹 계열사의 경영진단을 하면서 대부분 계열사의 경영진과 만나 경영의 핵심사항을 파악했다. 김 사장은 특히 "경영자는 외모로도 부드러워야 한다"며 되도록이면 말을 적게 하는 대신 상대방의 말을 많이 듣고 항상 미소를 머금은 환한 얼굴빛으로 상대를 맞이하려고 노력한다. 딱딱하고 지루하기 쉬운 건설업 경영자지만 직원들과 대화할 때 불필요한 격식을 따지지 않고 스포츠ㆍ인문학ㆍ역사 등 다방면의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얘기한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친근하고 이해심 많은 형님ㆍ오빠'나 '푸근하고 자상한 아빠'로 통한다. 김 사장은 "조직은 모든 생산의 모태"라며 "리더에게는 조직을 건강하게 유지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직원들은 사장의 지시사항이라면 대충하지만 스스로 고민한 것이라면 실천하고 성과를 내는 데 최선을 다하더라"며 자신의 지난 2년간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가 CEO로서 조직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자율성과 유연성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약력 ▦47년 5월 경주 출생 ▦71년 2월 서울대 건축공학과 졸업 ▦79년 2월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차장 ▦85년 6월 삼성건설 사우디 담맘공항 건설현장소장 ▦89년 6월 삼성중공업 건설 이사 ▦2000년 3월 삼성중공업 건설 영업본부장 ▦2001년 5월 벽산건설 전무 ▦2005년 3월 벽산건설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