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윤리에는 두 가지 눈에 띄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 하나는, 그의 윤리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하고 자연에 반하는 사항들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자기 자신을 미워하라느니, 원수를 사랑하라느니, 사악한 자들에게 저항하지 말라느니 하는 것들….
다른 하나는, 바로 자기 제자들과 추종자들 같은 거지와 떠돌이들이 무사히 연명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윤리가 아니냐는 점이다. 실제로 그 속에는부자들의 인색함에 대한 저주가 끊이지 않고 등장한다."이런 얘기를 들으면 기독교인들은 펄쩍 뛰겠지만 '세 명의 사기꾼'(성귀수 옮김.생각의나무 펴냄)에는 이러한 '불경한' 말들로 가득하다. 책은 예수(기독교) 뿐 아니라 모세(유대교), 마호메트(이슬람교) 등 종교 지도자들을 마음껏 조롱하고 있다.
"저자가 누구냐"며 발끈 화를 내도 소용없다. 교황으로부터 세 차례나 파문당했던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 13세기 연금술사 아르노 드 뵐뇌브, 마키아벨리 등이 숱하게 거론될 뿐 정확한 지은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로 표기된 '스피노자의 정신'은 사람이 아니라 책의 원제이다. 책에 스피노자의 저서가 많이 인용돼 있어 스피노자 역시 용의선상에 올라 있을 뿐이다.
언뜻 허무맹랑한 얘기들로 가득할 것처럼 보인다면 17-18세기 비밀출판물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문헌이라는 점을 생각하자. 스웨덴에서 당대 제일의 지성적인군주로 유명했던 크리스티나 여왕은 현상금까지 내걸며 이 책을 구하려고 애썼지만끝내 겉표지조차 못보고 세상을 떴다지 않는가.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간단하다. "세상의 모든 종교는 대중의 무지에 기대어 완전한 허구를 바탕으로 축조된 체제이다. 세상의 권력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초월적존재(신)를 내세우고, 그 앞에 민중의 복종을 강요함으로써 자신들의 입지를 세우고 유지한다."
저자는 말을 하는 뱀과 소금 기둥으로 변한 여자, 짐승으로 변모한 어느 임금등의 이야기를 예로 들며 "'성서'라는 책은 터무니없고 우스꽝스러운 옛날이야기들로 그득하다"고 강조하고, 모세에 대해서는 "무지한 헤브라이인들 앞에서 기적이라고 여겨질 만한 몇 가지 절묘한 마술을 선보여 이 종족을 환상에 빠지게 만들었다"고 비웃는다.
심지어 마호메트는 자기 하인들 중 가장 충직한 한 명을 골라 대로변 깊고 마른우물 속으로 들어가게 했다가 자신이 무수한 군중을 이끌며 그 옆을 지날 때 '마호메트는 신의 총애를 받는 자이다'라고 외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거기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당장 그 우물을 돌로 메우고, 그 위에 자그마한 사원을 지어 이 기적을 길이길이 기념하도록 호소했으며, 그 가엾은 하인은 그대로 쏟아지는 돌무더기 아래 생매장돼 기적의 허상을 까발릴 기회 역시 영영 사라져버렸다.
저자는 나아가 기독교도의 분열상, 대중의 순진함과 미신 등 문제도 건드리고있다. 192쪽.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