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뒷북행정의 미학

이정배 <부동산부 차장>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현실적으로 ‘뒷북행정’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이 정책방향과 달리 갑자기 급등할 경우 이를 단기간에 억제하는 정책 수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지나치게 침체될 경우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도 그대로 입증되고 있는 점이다.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한 게 이를 말해준다. 전국적인 투기 광풍이 몰아친 지난 2002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평균 16.4% 상승한 데 이어 2003년에는 5.7% 상승했다. 특히 서울은 2002년 22.5% 급등했고 2003년에는 6.9%의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의 강남 지역은 평당 3,000만원을 호가해 투기망국론까지 나왔다. 건설교통부는 투기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 2003년 수많은 부동산 안정대책을 쏟아냈다. 급기야는 부동산 공개념을 담은 ‘10ㆍ29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와 주택거래신고제를 도입하는 칼을 꺼내 들었다. 뒷북행정의 부동산 정책이 하루가 멀다 하고 동원된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11월 말 현재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1.7% 하락했고 서울의 경우 1.0% 떨어졌다. 뒷북행정이었지만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또다시 불거졌다. 부동산 경기의 연착륙을 유도했던 부동산 안정대책이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가구수가 6만4,660가구에 달했다. 주택건설실적은 정부의 목표치인 50만가구에 훨씬 못 미치는 34만가구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5년간 평균 43만2,000가구에 비해 21% 감소했고 전년동기 대비 29%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부동산 경기가 경착륙에 빠지면서 내수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제 정부는 또다시 뒷북행정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 정부는 토지투기지역과 주택거래신고지역을 일부 해제하는 등 그동안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주택건설업계는 보다 과감한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업계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할 수 없지만 투기수요는 차단하면서 실수요자를 살릴 수 있는 규제완화의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뒷북행정의 미학’을 보여줘야 한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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