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남북 경색국면 완화 '물꼬'…정상화 '전환점' 기대

■ 李대통령-北 조문단 접견<br>6·15, 10·4 선언 이행문제 언급… 연안호 송환도 의견조율 가능성<br>北 명확한 태도 변화 있기전까지 정부 대북정책기조 틀 유지할듯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23일 이명박 대통령(MB)과 북측 고위급 당국자의 면담이 이뤄짐에 따라 남북은 극도의 경색 국면을 끝내고 관계 변화를 일궈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더구나 이날 면담은 한반도 정세에 미묘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시점에 이뤄진 것이어서 남북이 관계 정상화의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다면 남북관계에 전환점이 마련되리라는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일각에서는 북한의 최근 대남 태도 변화에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진정성’ 여부에 의문을 보내고 있다. 정부는 조문단 파견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일단 큰 변화의 계기가 만들어진 만큼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신중한 노력을 펼치겠지만 북측의 명확한 태도 변화가 있기 전까지는 대북 정책 기조에 큰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어떤 얘기 오갔을까=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측 조문단이 전달한 메시지의 내용은 “여러 민감한 문제 때문에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북측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의 진의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공개하는 것은 자칫 북측 전략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하지만 북측의 그동안 주장을 감안할 때 국민ㆍ참여정부 때 이뤄진 남북 정상선언의 의미를 살려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을 공산이 크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측은 그간 누차 당국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해온 6ㆍ15공동선언과 10ㆍ4선언 이행 문제 등에 대해 재차 언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요구에 대해서는 핵 문제는 남측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기존 변명을 다시 늘어놓았을 수 있다. 특히 MB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인 북한의 비핵화에 따라 경제 지원을 강화한다는 주장에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했을 수 있다. 남북관계의 마지막 걸림돌로 남아 있는 ‘800 연안호’ 송환과 금강산관광 재개문제 등 세부 현안들은 이미 22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북측 인사들 간의 회동에서 의견조율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는 이를 최종 확인하는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 ◇변곡점 돌아선 남북관계=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 위원장의 친서까지 보내온 것은 사실상 관계회복의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 정부의 대응방식에 따라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대북 전략 변화 여부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정부는 비핵화 진전의 속도에 맞춰 남북관계를 전개한다는 기존 원칙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평화공세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북한의 유화 움직임이 진심인 것으로 확인되면 북측과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고 대북 정책도 큰 변화를 모색할 수 있겠지만 핵 실험 이후 펼쳐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피하기 위한 일시적 평화 공세라면 기존의 신중한 대북 대응 모드를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측 조문단의 이 대통령 예방과 김 위원장의 메시지 전달은 1년6개월여 지속됐던 남북관계가 정상화의 길로 가는 ‘변곡점’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북한 조문단이 당초 1박2일간의 체류 일정을 계획했지만 우리 정부의 미묘한 신경전에도 불구하고 하루 더 체류를 연장, 서울 방문 이틀째 이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까지 전달했다는 사실은 북측의 남북관계 변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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