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기막힌 승부의 비밀

제10보(190~219)



백90부터 다시 본다. 조한승이 백90과 92로 수을 내러 간 것은 확실히 망발이었다. 그대로 계가를 했더라면 1집반 승리였다는 것은 앞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기왕지사 망발을 시작했으면 일관성있게 망발의 수순을 밟아서 최소한의 몸값을 받아냈어야 했다. 이세돌이 99로 들여다보았을 때 100으로 손을 돌린 것이 더 큰 과오였음이 나중에 밝혀졌다. 그 수로는 일단 105의 자리에 이어주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흑은 2 이하 12로 두어야 한다. 흑이 4수를 놓고서야 비로소 백돌을 따낼 수 있으니 자체로 백은 4집끝내기를 선수로 했다는 얘기가 된다. 우직하게 이 수순을 거치고 백113, 115로 끝내기를 했더라면 여전히 백이 반집 이긴다는 것이 이영구6단의 최종 분석이었으니…. "그렇다면 실전보의 백90, 92로 일을 저지른 것이 패착은 아니었다는 얘기가 되나?"(필자) "망발이지만 패착은 아니지요. 반집을 이기는데 패착이라는 용어를 쓸 수는 없으니까요."(이영구6단) "오늘 참 여러 가지 배우네. 망발을 시작했으면 일관성있게, 우직하게 망발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사실. 망발 속에도 진리가 숨어 있구나. 허참. 기막힌 승부의 비밀이로다."(서봉수9단) 뽑아들 필요가 없는 칼이었다. 그러나 일단 뽑아들었으면 최후의 일각까지 휘둘러야 했다. 칼을 뽑아들고서 딴전을 피웠기 때문에 조한승은 패배했던 것이다. 깊은 수읽기로 이세돌의 대마를 잡아 우위를 확립했던 조한승은 이렇게 스스로 무너졌다. 검토실을 함께 나서면서 서봉수가 필자에게 말했다. "바둑은 역시 체육에 속하는 모양이야. 조한승이 대마를 잡느라고 과도한 체력을 소모해 가지고 나중에 정밀한 계가를 할 여력이 없었던 것 같아." "그러니까 서명인도 몸을 아끼라고. 새색시에 대한 봉사도 조심해." 서봉수는 30년 연하의 월남처녀와 재혼한 몸이다.(116…104) 219수끝 흑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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