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한 우물을 판다는 것

요즘 사람들은 한 우물만 파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선택과 집중도 좋지만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나갈 수 있는 멀티형 경영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나는 그 의견에 선뜻 마음이 가지는 않는다. 많은 역경 속에서도 오직 한곳에 모든 열정을 쏟아붓는 것만이 생존 비결임을 몸으로 깨달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젊은 시절은 어두운 편이었다. 소위 말하는 불량 청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가슴 속에는 세상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고 무서운 것이 없었다. 옳든 그르든 기분 내키는 대로 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러던 나는 가난을 벗어나겠다는 일념으로 남대문시장에서 노점상을 시작했다. 노점상에게 비 오는 날은 공을 치는 날이다. 하지만 나는 비가 오는 날에도 손님이 몰릴 만한 곳을 찾아다니며 자리를 폈다. 서울뿐 아니라 설악산과 월미도 등 가보지 않은 곳이 없었다. 텃세나 노점상 단속 반원은 두렵지 않았다. 세상을 삼켜버릴 것 같은 에너지로 충만해 있던 시절이었다. 불량스럽게 지내며 주체하지 못했던 에너지가 악착같이 장사하는 재미로 바뀐 셈이다. 당시에는 1년365일 동안 하루도 쉬어본 날이 없었다. 심지어 명절에도 서울역에 나가 귀성객을 대상으로 임시 버스표를 팔며 쉴 틈 없이 일했다. 그래서 친지들로부터 명절에 인사를 오지 않는다며 눈칫밥을 먹기도 했다. 어린 마음에 힘들 때가 많았지만 그 시절은 꿈의 원천이자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나의 이야기는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처절하지만 진부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른다. 난 다른 곳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고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노력과 수고도 달게 치렀다.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후에는 더욱 일에 미쳐 젊은 날을 보냈다.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을 좌우명처럼 품고 사업에만 몰두했다. 그 결과 이 정도의 자리에까지 올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난 화장품을 빼면 모르는 것이 적지않다. 화장품만 공부하고 고민해도 늘 아쉬운 부분이 먼저 눈에 들어와 몸이 바빠진다. 회사를 어떻게 하면 크고 단단하게 키울 것인가 만을 생각하고 살아서 다른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그래도 전혀 부끄럽지는 않다. 그렇게 한 우물만 판 덕분에 오늘의 더페이스샵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