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는 달리 발코니 확장이 불법으로 간주되면서 연간 2조2,000억원의 돈이 낭비되고 있다. 또 신규입주아파트의 70%가 발코니 확장, 연간 입주량 50만 가구 중 35만 세대가 잠재적인 전과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일부 가구의 경우 발코니 확장을 부적격 업체에 맡기면서 난립공사는 물론 구조안전 위험, 하자보수 민원 증대 등의 부작용까지 속출하고 있다.
13일 한국주택협회의 `발코니 확장 양성화 필요`보고서에 따르면 아파트의 발코니 확장은 지속적으로 증가, 현재 신규 입주아파트의 70%(약 35만 가구)가 발코니를 준공검사 후 확장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33평형 기준 세대당 소요 비용은 650만원 임을 감안할 때, 이중 시공으로 인한 연간 자원낭비는 무려 2조2,000억원에 달하고 있는 것.
한 건설업체 임원은 “이미 사회적통념으로 양성화 돼 있는 발코니 확장은 법률상에서만 불법”이라며 “이에 따라 자원낭비, 안전위험성, 환경문제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태=입주를 앞두고 있는 수도권의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준공 심사를 마친 후 대부분의 가구가 발코니 확장을 하면서 아파트 공터는 쓰레기 하치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준공심사 이전에는 발코니 확장은 법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준공심사를 통과 한 후 발코니 확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실내공간을 더 넓게 쓰기 위해 10평 규모의 발코니를 확장하는 것은 이미 사회적으로 양성화 돼 있어 현재 연간 입주량의 70%가 발코니를 확장하고 있는 상태다. 50만 가구가 입주한다고 추정할 때 35만 가구가 발코니를 확장하고 있는 셈.
또 이미 양성화 된 발코니 확장으로 인해 대부분의 입주자들은 이것이 불법행위인지 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입주를 앞둔 김 모씨(43세ㆍ여)는 “대부분의 입주자들이 발코니를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인지는 몰랐다”며 “단지 추가로 돈이 들기 때문에 확장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2조2,000억원 낭비=문제는 준공을 모두 마친 후 발코니 바닥을 높이고 거실창을 제거하는 재시공을 한다는 데 있다. 이중시공에 따른 비용이 33평형 기준, 가구당 650만원. 35만 가구로 환산할 경우 2조2,000억원의 돈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또 발코니 확장도 해당 시공업체가 아닌 소규모 인테리어업체가 진행할 경우 구조 안전에도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게 건설업체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발코니확장은 외부새시 이중창 설치, 발코니바닥높임, 거실문틀 제거 등의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하중을 고려하지 않고 공사할 경우 구조안전에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건설업체 한 임원은 “실제로 개별업체에 의한 발코니 확장 후 결루 현상, 구조 안전 등의 하자로 인해 민원만 급증하고 있다”며 “발코니 확장이 양성화 된다면 설계과정에서 이에 따른 구조안전을 대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용절감, 자원낭비, 환경오염 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코니 확장, 증축 아니다=발코니 확장의 불법여부는 발코니확장이 증축에 해당하는가 문제다. 이는 발코니를 노대(露臺)의 개념에 포함시켜야 하는 문제와 연관된다. 중앙대 법과대학 김종보 교수는 `노대의 구조변경과 증축의 개념`의견서를 통해 발코니는 노대가 아니라는 의견을 밝혔다. 노대는 건축물의 외부로 돌출된 것, 또는 건축물의 일부로써 개방형 구조로 된 `바닥형태의 구조물`을 의미한다. 때문에 외부창틀을 허용하고 있는 아파트의 베란다는 건축법상 노대의 정의에 부합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노대는 건축물 구획의 외부에 해당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지정요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법적으로 노대인 구조물은 내부바닥면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발코니 확장은 증축행위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발코니 확장 허용, 법률적 문제=발코니 확장을 양성화 할 경우 많은 법률개정의 문제가 발생한다. 무엇보다도 발코니를 바닥면적에 포함시켜야 하는 점이다. 발코니가 서비스 면적이 아닌 바닥면적으로 계산할 경우 평형, 아파트용적률, 세율을 조정하는 대대적인 법령수술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ㆍ건설관련 법령은 물론 세법까지 모두 개정할 수 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노대의 개념을 변경할 경우 소급여부에 따라 재산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각 종 위헌의 요소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책은 없나= 김종부 교수는 무엇보다도 노대의 개념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노대의 개념을 “외벽 또는 창틀 등으로 이루어진 건출물 구회의 외부에 존재하는 옥상광장 등 개방형구조물”로 정의해야만 개방성과 구획의 외부의 개념을 모두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새로 적용되는 노대 개념은 기존 아파트 노대에도 소급 적용하되 발생하는 불이익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법령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택협회 역시 발코니확장 양성화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발코니부분을 설계 시부터 쓰임새를 반영하고 바닥면적에서는 제외시키는 방안이다. 발코니 변경에 대한 행정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임을 감안, 설계 할 때부터 용도를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또 발코니를 바닥면적에 포함시키되 이에 따른 주택공급규모, 아파트용적률, 관련세제 등은 현재와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하자는 방안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발코니부분의 구조변경 등의 사용기준을 법령을 명확히 규정, 무분별한 구조변경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게 주택협회의 건의 내용이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