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공중전이 승부였다

제8보


중앙의 흑대마는 살아갔지만 우하귀의 절반이 백집으로 화해서는 여전히 백이 반면으로도 남는다. “안심하십시오. 유사범이 여유있게 이겼습니다.” 왕레이를 꺾고 검토실로 먼저 나온 조훈현9단이 김태희씨를 보고 말하자 그녀는 배시시 웃었다. 그녀는 혼자 시내 관광을 하겠다고 남편 유창혁에게 거짓말을 한 터였다. 호텔방에 엎드려 있으면서 점심도 룸서비스로 때웠다고 했다. 행여 대국장 근처를 얼씬거리다가 남편의 눈에 띄면 대국에 영향을 끼칠까봐 마음을 졸인 것이었다. 오후 6시. 창하오가 돌을 던지는 장면이 검토실의 모니터에 보였다. 잠시 후 유창혁이 검토실에 들어와 의자를 앉았다. 김태희씨는 손수건을 꺼내어 남편의 이마를 가만히 닦았다. 땀이 나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김태희씨는 뭔가 부드럽고 깨끗한 것으로 남편을 어루만지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창하오는 위빈9단과 함께 밤늦도록 복기를 했다. “돌이 중앙으로 흘러야 하는데 상변에서 주춤거린 것이 패인이었어요.” 창하오가 말하자 위빈이 맞장구를 쳤다. “맞아. 승부는 공중전에서 판가름이 났던 것 같아.” “나는 실리를 차지하고 괜히 즐거워했어요. 그 과정이 통쾌해서 내가 유리해졌을 거라고 막연히 믿었어요.” “으응. 좀 서두른 것 같아. 어젯밤에 내가 그랬잖아. 무조건 두텁게 두어나가야 유창혁이 힘을 못 쓴다고.” “유창혁의 강미를 새삼 느꼈습니다. 역시 강합니다.” (70…65) 180수이하줄임 백불계승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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