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에 이어 어제 두번째로 단행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소식은 우리를 착잡하게 만든다. 40여일 만에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할 만큼 미국경제가 상승탄력을 받고 있는 등 세계경제의 역동적인 모습이 우리와 너무나 대비되기 때문이다.
FRB는 최근 생산ㆍ고용ㆍ소비 등의 경제지표가 둔화조짐을 보인 데 대해 고유가에 기인한 것이라며 앞으로 경제팽창 속도가 더 강력해질 것으로 전망,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미리 제거할 필요성이 있을 정도로 미국경제가 앞으로 호황가도를 달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미국으로 상징되는 세계경제는 좋아지는데 우리는 반대로 침체의 늪에서 헤매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다. 특히 유효한 경기대책 수단인 금리정책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상황이 어렵고 복잡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게 지금의 우리 실정 아닌가.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나라에도 인상압력으로 작용한다.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움직이는 게 돈의 속성이다. 미국의 금리가 오르는 반면 우리는 제자리걸음이면 외국자본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을 기피하거나 이미 들어와 있는 자본조차 이탈하기 마련이다. 외국자본뿐 아니라 국내자본도 마찬가지다. 6월 우리나라의 자본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미 시장에서는 6월 금리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자본유출이 일어난 것이다.
금리인상이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고 대내적으로도 물가오름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에서 우리도 금리를 올리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게다가 국제유가가 3차 오일쇼크를 우려할 정도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금리인상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은이 얼마 전부터 하반기 물가인상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부쩍 강조하고 나선 것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며 금리인상을 지적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러나 경기상황이 그것을 여의치 않게 하고 있다. 내수부진으로 극심한 침체에 빠진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오히려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판이다. 그렇다고 선뜻 인하하기도 어렵다. 금리인하의 경기부양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반면 인플레이션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여기다 그동안 내수를 외롭게 받쳐온 건설경기를 거의 죽여놓다시피할 만큼 큰 후유증을 겪으며 겨우 잡은 부동산 투기가 재연될 우려도 있다.
한은은 오늘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금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시장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인상을 강력히 시사했어도 올리지 못했고 앞으로도 당분간 그러기 어렵다는 것을 아는 탓이다. 이는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과 권위실추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경제의 병이 그만큼 깊어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