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이 한계에 달한 후발 D램 업체들을 중심으로 노후 생산라인 조기 가동중단, 설비투자 감소 등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내내 반도체 가격 회복의 발목을 잡아온 ‘치킨 게임(chicken game)’이 끝나지 않겠냐는 관측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60나노미터(㎚)급 공정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채 70~80㎚ 공정에 머물러 있는 일본ㆍ대만 업체들의 60㎚로의 공정전환 여부가 내년도 D램 수급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60㎚ 제품을 양산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두 곳뿐이다. 그러나 일본 엘피다를 제외한 대만 업체들의 경우 60㎚ 공정 도입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이들이 60㎚ 전환에 성공하면 내년에도 공급초과가 불가피하겠지만 공정전환에 실패할 경우 노후 생산라인 가동중단으로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캐시번 상태에서 미세 공정으로 전환하지 못한 채 모든 생산라인을 가동할 경우 이들의 경영상 위기가 불가피하다.
독일 키몬다의 경우 이미 내년 4월 이후 8인치(200㎜) 생산라인 가동중단을 선언했고 일본 엘피다는 내년에는 추가로 생산라인을 늘리지 않겠다고 공개했다. 4ㆍ4분기 적자전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하이닉스는 이미 8인치 1개 라인을 해외에 매각했으며 나머지 8인치 라인의 생산비중을 줄일 예정이다. 엘피다는 범용 D램 제품 비중을 낮추는 대신 고부가 제품인 모바일 및 그래픽 제품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업계 1위 삼성전자는 올해 8인치 생산라인을 시스템 LSI 제품 전용라인으로 거의 전환했으며 설비투자도 계획대로 진행, 후발 업체들의 전략수정을 유도한다는 공격적인 전략이다.
이민희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더딘 D램 시황 회복과 지속되는 현금 출혈로 내년 1ㆍ4분기부터 대만 업체들의 감산과 전반적인 설비투자 축소가 예상된다”며 “경쟁력을 상실한 8인치 생산설비의 가동중단 압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