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내건설·해외건설/건설업 97결산

◎국내건설 ‘불황 늪’서 허덕/해외에선 “올해만 같아라”/경기불황·자금난에 악전고투/일반건설업 면허보유사 224개 부도/오피스텔·업무용빌딩 반짝 호황/용인·김포 청약열기 그나마 활력소▷국내건설◁ 국내 건설업계는 한마디로 악전고투의 해였다. 수주전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수익성은 더욱 떨어졌다. 건설업체의 잇단 부도와 고질적인 병폐인 업역간 싸움도 어느 때보다 심했다. 건설업계의 자금난을 완화해준다는 취지로 정부시설공사를 연초에 발주했지만 민간건설 물량이 크게 줄어 수주난은 어느 해보다 심했다. 일감을 따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신규 사업 축소로 배고픈 해였다. 이를 반영하듯 부도사태가 줄을 이었다. 올해 쓰러진 한보건설, (주)한보, 한신공영, 진로건설, 국제종합토건, 부진종합건설, (주)기산 등은 1백대 건설업체들이다. 일반건설업 면허를 보유한 큰 업체중에도 2백24개사가 쓰러져 사상 최대의 부도사태를 겪었다. 전반적인 경기부진에 기아 등 대기업의 잇단 침몰로 자금이 굳어버린 탓이다. 건설업체의 자금난은 한 해를 마감하면서 극에 달했다. IMF긴급자금지원에 따라 정부의 사회간접자본시설공사가 줄어들고 기업마다 신규사업을 축소하면서 자금난이 더욱 심할 것이라는 조바심까지 더해져 건설업계 자금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부실이미지도 강한 해였다. 경부고속전철 시공과정에서 불거진 부실시공은 사업을 전반적으로 재조정토록 하는데 불을 댕겼을 정도다. 또 감리설계업자들의 담합비리 사건도 건설업계의 부실이미지를 보태는데 가세했다. 주택공급실적도 저조했다. 연초에 정했던 목표의 60%에 그쳤으며 그나마 상당량이 미분양으로 남아있어 자금난을 더했다. 연말까지 대규모 물량을 내놓고 있지만 목표치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중소업체는 사정이 더 심하다.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재개발·재건축 수주도 침체였다. 용적률강화 등 사업조건이 까다로와져 수익성이 떨어지는데다 초기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만큼 수주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조합주택 열기도 고조됐다가 찬물세례를 받아야 했다. 인기지역으로 떠오른 경기도 용인지역에 너도나도 참여했던 업체들은 조합원 자격시비를 놓고 아직까지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틈새에도 용인과 김포의 분양열기는 단연 화제였다. 프리미엄이 급등하면서 투기꾼둘이 몰렸다. 반면 오피스텔, 업무용 건물 등은 반짝 경기를 탔다. 한 지역에서 동시에 3천실이 넘는 오피스텔이 공급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요자가 몰리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분당신도시에서 불붙은 오피스텔전쟁은 마침내 일산신도시, 강남, 마포 등으로 번졌고 대전 둔산지구 등 지방까지 열기가 가득했다. 계속해 오피스텔공급을 계획했던 업체는 그러나 주거용건물의 범위를 놓고 당국으로부터 한 차례 강타를 맞은뒤 주춤해 있는 상태다. 업역간 싸움도 계속됐다. 대형업체와 소형업체, 경향간 싸움, 시공사 설계허용 등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 막판에 불어닥친 IMF파동은 어려운 건설업계를 더욱 구석으로 내몰았다. 국내 건설업체들은 올해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다시 어두운 내년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유찬희 기자> ◎해외건설/164건 128억불 수주 작년비 55% 증가/확실한 효자산업 자리잡아/수주 양태·공종 다양화 고부가화/기술개발·자금조달능력 강화 ‘과제’ 가난한 집에 효자가 났다. 우리 경제가 파탄에 이른 지금, 해외건설은 외화를 벌어들이는 효자산업으로 자리잡았다. 한푼의 달러가 아쉬운 요즘 해외건설은 우리 경제를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1백64건, 1백28억6천5백만달러를 수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늘어난 것이다. 70년대 중동특수를 능가하는 중흥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 가면 올해 수주는 1백40억달러를 웃돌 것이 확실해 보인다.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81년의 1백36억8천만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것이다. 세계 건설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위치도 지난해의 7위에서 5위로 두계단 올라설 것같다. 90년대 이후 우리 해외건설은 질적인 측면에서도 한발짝 진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70년대 후반이나 80년대 초의 해외건설은 중동의 오일달러를 재원으로 발주된 공사를 싼 노동력으로 따내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일본·유렵 등 선진 건설업체들과 겨루어 시공권을 따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주 양태도 다양해졌다. 예전에는 단순공사 수주가 주류였으나 이젠 기획제안형에서부터 시공자가 자금조달을 책임지는 프로젝트파이낸싱 수주, 시공후 일정기간 운영한 뒤 발주처에 넘겨주는 BOT방식 등 여러 형태가 채택되고 있다. 수주 공종도 노동집약적 단순공사에서 벗어나는 추세다. 초고층 인텔리전트빌딩공사를 비롯, 발전소·댐·플랜트·항만매립·장대교량 등 부가가치가 높은 공사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지난 94년 해외건설의 면허발급방식이 등록제로 바뀐 뒤 중견 건설업체들이 해외시장에 잇따라 진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도 해외건설 중흥에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 건설업체들이 공사를 벌이고 있는 나라는 모두 78개국. 중동을 비롯해 동서남 아시아, 북미, 중남미, 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다. 과거에는 중동 일변도였으나 90년대 이후 주력시장이 동남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가 해외건설 시장에 남다른 기대를 거는 것은 시장이 무한대에 가깝기 때문이다. 해외시장은 개척하기 나름이다. 지난해 해외건설 발주액은 2천억달러였다. 오는 2000년에는 발주액이 3천5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처럼 「잘 나갈」때일수록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한다. IMF(국제통화기금)시대를 맞아 내년에는 해외건설 수주에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까닭이다. 가장 먼저 뛰어넘어야 할 과제는 기술력과 금융조달능력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선진국의 종합건설기술을 1백점으로 했을 경우 93년을 기준으로 한 우리 건설업체의 기술수준은 평균 70점 정도다. 그러나 엔지니어링 분야와 금융조달능력은 선진국의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기술개발 투자가 요구된다는 얘기다. 해외건설시장 개척을 위한 제도적·정책적 지원도 획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발주국과 긴밀한 유대를 갖고 체계적인 발주정보를 수집해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업체들의 수주활동을 실질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해외건설은 이제 우리가 겪고 있는 무역적자와 외환위기의 충격파를 줄이는 산파역을 해야 한다. 지난 70∼80년대 중동붐을 타고 벌어들인 외화가 우리 경제를 살렸던 것처럼 말이다.<성종수 기자> ◎인터뷰/해외건설협회 김대영 회장/‘IMF 복병’ 선진업체와 제휴로 극복/정보망 확충·동구등 신시장개척 주력 호황 가도를 달리던 해외건설이 「IMF구제금융시대」라는 복병을 만났다. 우리 경제에 대한 국제 신인도 하락으로 내년 해외건설 수주도 타격을 받을 것같다. 당장 업체들이 국내외에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해외건설협회 김대영회장은 우리나라 해외건설의 미래를 밝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 해외건설도 단순시공 등 초보단계에서 벗어났습니다. 수익성이 높은 자금동원형 공사나 개발형공사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의 경제위기만 넘기면 우리 해외건설이 수출산업으로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김회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꼼꼼하게 사업계획을 세우고 수익성 있는 사업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선진국 업체와 전략적 제휴에 나서야 한다』며 『동구권 등 신규시장 개척도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회장은 정보를 해외건설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오늘의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도 세계 각국의 건설시장에 대한 빠르고 정확한 정보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나라별로 건설시장 환경과 노동력, 관련인사, 그 나라에 진출한 선진국 기업 등에 관한 정보를 제 때 확보하지 못하면 외국 기업과 경쟁할 수 없습니다. 그 나라의 기후와 문화도 잘 알고 있어야 하고요.』 김회장은 이를 위해 정보원 확충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해외건설 시장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보원이 가장 빠르고 살아있는 정보를 갖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계은행과 남미개발은행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컨설턴트를 협회의 정보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미국 워싱턴을 중심으로 정보망을 확충하고 각국에 상주하는 민간정보원도 대폭 확보하기로 했다. 김회장은 올해 국내업체의 해외건설수주 증가의 원인으로 플랜트사업이나 개발형사업의 확대를 들었다. 지난해 30%선이었던 플랜트사업 비중이 올해는 39%까지 늘어났다. 이는 우리 업체의 해외건설 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한 까닭이다. 김회장은 업체마다 자신있는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도록 전문화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발전소·교량·항만 등 한 분야에 특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노력이 꾸준히 이뤄지면 해외건설이 위기의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효자산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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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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