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나라로 주목 받는 핀란드는 외세에 시달려야 했던 역사, 높은 교육열, 정보기술(IT)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산업환경까지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다. 그러나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를 비교해보면 핀란드는 183개 국가 중 2위, 우리나라는 43위로 큰 차이가 난다.
핀란드는 신규 임용 공무원에게 "공무원에게는 따뜻한 맥주와 찬 샌드위치가 적당하고, 그 반대가 되면 위험하다"는 윤리강령을 교육한다고 한다. 또한 고위공직자는 물론 전국민의 재산을 법으로 공개하고 있으며 길거리 노점에서도 카드결제가 보편화돼 있는 등 투명사회의 표본이 되고 있다.
청렴은 윤리, 투명성 등과 함께 사회적 자본의 대표적인 지표이고 청렴도가 높은 나라는 국민소득도 높게 나타난다. 우리나라도 '청렴' '투명' '공정'등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청렴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곧 사회적 불신이 높음을 의미한다. 불신은 불만과 냉소를 낳고, 사회발전을 정체시킨다.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들이 국민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청렴'이 윤리 교과서에나 나오는 미덕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지난 2008년 전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역시 미국 대형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에서 시작됐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도 거액을 불법대출하고 공금을 횡령하는 등 전형적인 비리행태가 드러나고 있다.
자동차를 타면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운전자는 없다. 벨트를 매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렴도 마찬가지다. '지키면 좋은 것'이 아니라 '지켜야 사는 것'이다. 안전벨트를 매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 돼야 한다.
청렴은 종종 거북이에 비유된다. 더디게 가더라도 편법을 부리거나 포기하지 않는 거북이가 결국은 토끼를 이긴다는 우화에 기인한 것이다. 청렴과 같은 사회적 가치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꾸준히 비리요소를 찾아내고 개선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청렴이 곧 국가경쟁력임을 되새기자. 그리고 공공기관들이 솔선수범의 자세로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