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참여정부식 토론문화

최형욱 산업부기자

“정말 말이 안 통하네요. 상대방 얘기를 들으려는 의지는 있는지.” 지난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참여정부 국정과제 로드맵 설명회’ 자리에서 이정우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의 모두 발언을 지켜본 한 중견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의 푸념이다. 이날 이 위원장은 “지난 1년 동안 12개 국정과제위원회가 무려 5,000번이나 회의를 했다. 이 같은 노력을 두고 ‘나토(NATOㆍNo Action Talks Only) 정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악의적이고 졸렬한 표현”이라며 일부 비판세력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사실 참여정부에 대해 ‘NATO 정부’라는 말을 가장 먼저 꺼낸 이는 이번 설명회의 주관사인 대한상공회의소의 박용성 회장이다. 지난해 말 “주한 외국기업의 CEO들이 한국은 행동 없이 말만 많은 NATO 국가라고 비웃고 있다”며 “이제는 토론보다 실천이 이뤄져야 한다”고 비판한 것. 이 위원장은 행사 주최측에 공개적으로 무안을 준 셈이다. 물론 이 위원장으로서는 국정 방향 제시 노력을 폄하하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 자체를 개혁 저항이나 발목잡기로 몰고가는 듯한 태도다. 토론이란 이른바 ‘코드’가 다를 때 가장 필요한데도 참여정부가 비판적인 의견만 나오면 반개혁으로 몰아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계의 경제위기론에 대해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일갈했다. 토론을 유달리 강조하는 정부가 경제계에 대해서는 침묵을 강요한 셈이다. 한국 경제는 시각에 따라 위기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평범한 국민들마저 경제 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면 그 실체나 해결책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하는 게 정부의 의무 아닐까. 참여정부의 토론이란 사실상 ‘코드’ 맞는 사람들만의 잔치이자 비판 세력에 대한 재갈 물리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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