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사고 등의 손해액 산정 근거가 되는 피해자의 기대여명(예상 잔여생존연수)은 주관적 판단의 개입 없이 신체기능 평가에 기초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의료진의 응급조치 지연에 따른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중증장애를 겪게 된 A(5)양이 E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병원은 손해액의 70%와 위자료 등 7억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배상액을 다시 산정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파기 환송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의 기대여명은 정상인의 20~50%로 신체기능에 따라 정해야 함에도 A양의 보호자 직업이 '의사'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최대치인 50%(40.64년)로 정한 원심 판단에는 합리적 이유나 설명이 없어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A양 증상에 대한 확인과 적절한 조치를 제때 하지 않은 병원 측 과실을 인정해 손해액의 70%를 배상하도록 한 판결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A양은 지난 2006년 발열ㆍ기침으로 E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해열제 복용 뒤 구토로 기도가 폐쇄되면서 저산소증이 발생했으나 의료진이 응급조치를 지연해 뇌손상과 그에 따른 사지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를 입게 되자 소송을 냈다.
1심ㆍ2심 재판부는 A양의 기대여명을 일반인의 50%인 40여년으로 판단하고 각각 6억1,000여만원과 7억8,000여만원의 배상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