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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고도기술 역회전' 현상

누군가 “열려라, 참깨!”라고 말하면 문이 열리는 손잡이를 개발했다고 하자. 단연 토픽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시장성을 갖춘 상품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말하는 것은 손잡이를 돌리는 것보다 훨씬 쉽다. 하지만 인간의 문화 속에 자리잡은 몇 가지 일상적인 생활습관은 기술에 의한 편의성보다는 익숙함을 원한다. 어느 정도 재미는 있겠지만 실생활에서의 용도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복잡한 길도 별 어려움 없이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 믿고 도로지도는 버렸는데 갑자기 내비게이션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운전자는 길거리에 홀로 방치된 ‘장님’이나 다름없게 된다. 이른바 ‘의족(義足)효과’의 역기능이 나타나는 것이다. 하나 더. 기술의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전화를 보자. 전화는 채널을 좁혀서 목소리에 국한시킨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하지만 화상통화는 얼굴과 옷, 그리고 주변환경까지 신경 쓰이게 만든다. 전화 통화를 위해 곱게 ‘화장’까지 해야 한다. 고도기술의 역회전 현상인 셈이다. 일부에서는 요즘 정보기술(IT) 기기들에 지나치게 복잡한 기술을 적용, 이를 제대로 사용하는 데 드는 노력이 기기 자체의 효용성과 맞먹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우리는 기술적인 장비를 갖추는 데 자산의 반을 지출하고, 이 같은 장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머지 반을 쓴다”고 말한다. 최근 유럽에서 유행하는 노키아의 휴대폰 7280모델은 버튼이 단 두개다. 사용의 간편함, 즉 소비자가 쉽게 사용하고 사용하기 원하는 기능에 초점을 맞춰 호응을 얻고 있다. 여러 가지 기능과 장치가 부착된 국산 휴대폰과 대조를 이룬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사용자 편의에 초점을 맞춘 ‘스마트 테크놀로지’와는 분명 거리가 있다. 새로운 기술은 그 전까지 할 수 없었던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사용설명서와 끔찍하게 복잡한 조작방법 등을 동반해야 한다면 그것은 자칫 ‘고문기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기술은 우리 생활의 배경이지만 부담으로 작용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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