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8월 5일] MB, 직언 수용하면 뜬다

“대통령 앞에서 직언(直言)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이명박(MB) 정부에서 요즘 새삼스럽게 나온 말이다. 국가 최고책임자 앞에서 직언은 무척 어렵다. 직언은 (옳고 그름에 대해) 자기 생각을 거리낌없이 그대로 말함을 뜻한다. 또 윗사람에게 옳지 못한 일을 고치도록 조언하는 의미다. 특히 고위공직자가 대통령의 사고방식과 생활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달콤한 말로 아부하기는 쉽지만 국민의 마음과 어긋난 대통령의 인식을 바뀌도록 하는 진언은 고통이다. 장ㆍ차관과 청와대 수석 등 고위공직자는 언행과 능력에 따라 거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왕조시대 충신은 목숨을 걸고 바른 말을 한 반면 간신은 감언이설로 권력자의 환심을 샀다. 일반 직장에서도 상사에게 바른 말을 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어설프게 직언하면 치명적인 불이익을 받는다. 물론 직언은 진실에 근거하며 친절한 마음으로 꼭 필요할 때 해야 한다. 직언을 하려면 상대방과 깊은 신뢰관계가 쌓여야 한다. 올바른 말이라도 듣는 사람과 관계가 껄끄러우면 경청할 가치가 떨어진다. 윗사람에게 열번 칭찬받을 일을 했을 때 한두번 직언이 가능할 것이라는 평소 존경하는 기업인 선배의 예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인사권자에 대한 직언이 어렵고 위험도가 높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 분별의식보다 손익 차원에서 주고받는 것을 중시한다. 서로 도움이 되지 않으면 관계가 멀어진다. 경영평론가와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인 나카지마 다카시씨는 성인 친구론에 대해 “어른은 우정만으로 친구가 되지 않는다. 비즈니스맨으로서의 능력을 중시한다”고 역설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지만 상대방에게서 기분 나쁜 말을 들으면 불쾌하기 마련이다. 견디기 힘든 직언보다 격려와 감사, 애정어린 표현을 선호한다. 그러나 직언은 보약처럼 일시적으로 쓰지만 나중에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경우가 많다. 어떤 의미에서 직언의 진가는 넓은 아량으로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의 역량에 달려 있다. 국가지도자가 다양한 직언을 받아들여 대처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떨어진 인기를 회복할 수 있다. 지도자는 이에 앞서 “Yes, I can.(예, 나는 할 수 있다) Yes, you can.(예, 당신도 할 수 있다) Yes, we can(그래요, 우리는 할 수 있어요)”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인정하고 국민과 끊임없이 함께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자신과 상대의 중요성을 깨달을 때 얽힌 관계가 풀리고 흩어진 에너지가 한곳으로 모인다. 싫든 좋든 직언을 경청해야 할 지도층 인사는 괴롭지만 국가와 조직의 발전을 위해 여러 채널로 직언을 들어야 한다. 그럼 직언을 경청하는 데 따른 고통을 줄일 방법이 없을까. 대안의 하나로 ‘멘토’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멘토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이가 자기 아들의 교육을 맡겼던 절친한 친구의 이름으로 알려졌다. 현명하고 성실한 조언자라는 뜻이다. 갈수록 멘토가 그리워지는 시대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천신일 고대교우회 회장과 소망교회 목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등진 민심을 되돌기 위해서는 이 대통령이 무엇보다 멘토의 영역을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 지역 출신)’에 국한하지 말고 ‘비고소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멘토는 고정불변한 존재일 수 있으나 자신의 성숙과 더불어 영역을 넓혀야 한다. 국가지도자의 멘토는 동서고금과 여야를 뛰어넘어야 한다. 야당 의원과 대학생도 멘토일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스승이며 멘토가 될 수 있다. 인간은 상대방을 가르치거나 조언하면서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프레임(Frame)’이라는 저서에서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라며 “자기중심적 프레임을 깨고 나오는 용기, 과거에 대한 오해와 미래에 대한 무지를 인정하는 지혜, 그리고 돈에 대한 잘못된 심리로부터의 기분 좋은 해방을 채워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값진 직언을 경청하고 자신의 프레임을 과감히 바꿀 때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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